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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리 Dec 28. 2018

금강산서 이상을 보다

'동시상영'전 여는 라오미 작가

“사라져가는 옛것을 개선하고 복원해야 합니다.”


동서양을 접목한 화가 라오미(37)는 ‘현실과 이상,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틈에서 끊임없이 양쪽을 연결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예전에는 불로장생한다고 믿었던 10가지 사물인 ‘십장생’을 그렸는데, 이제는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이상’을 그리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철학이 바뀐 것일까? 아니란다. “과거에서 현재로 시점만 이동했을 뿐, ‘지금 여기’에서 이루고 싶은 유토피아를 그리는 것은 변함이 없다.”

라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작품의 주제를 ‘금강산’(사진)으로 정했다. “우연한 기회에 마주한 북한 설화의 배경이 됐던 금강산을 보는 순간 ‘현존하는 유토피아’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초에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유람극장>이 종로구 바다극장으로 옮겨와 10월27일~11월2일 <동시상영>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다. “<유람극장>에서는 극장이 단순한 개념에 불과했는데, <동시상영>에서는 극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전시 장소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과연 ‘금강산’과 ‘바다극장’이 어떻게 하나의 작품을 이룰까? 답은 ‘과거로부터 단절돼 복원되길 원하는 유토피아’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 화해 무드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아직 재개되지 않았다. 바다극장은 1970년대 가족극장에서 게이극장으로, 2012년 동시상영관에서 멈춰버렸다. 둘은 힘을 모아 “사라져버린 무언가를 현재로 환기시키는 유토피아를 동시대에 ‘동시상영’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를 완성한다.

사실 바다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굳이 여기서 전시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으면 좋겠다. 이번 전시로 ‘이 공간이 이렇게 좋았었나?'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  라오미는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재학 중이다. 사극영화 미술, 무대미술을 경험했고, 문화재연구소에서 복원모사가를 꿈꾸기도 했다. 개인전으로는 <밤보다 긴 꿈>(2017)이 있으며, 현재는 OCI미술관 레지던시 작가, 잠실창작스튜디오 <프로젝트A>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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