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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리 Jun 04. 2019

청각장애 예술가의 시각

'감각의 위치' 전시 중인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 홍세진

“내가 듣는 소리는 공기 중에 머무는 실제와 얼마나 다를까?”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 작가 홍세진(27)씨는 오는 4월29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콩갤러리에서 열리는 <감각의 위치> 전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국내에서 유일한 장애예술가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입주한다. 청각장애 3급인 그는 혼자 그리는 작업실에서 벗어나 동료 작가들과 교류해보고 싶다며 입주를 결심했단다. 

“일대일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면서 알아들어요. 그런데 3명 이상이 모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학교 수업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학교에서 회화 수업을 받을 때도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단다. 그래서 외부와 연결에 갈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도시로 이사 온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고집과 자존심이 세다고 오해했나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한 청각에 비해 남들보다 뛰어난 시각을 갖게 됐단다. “외부 자극을 나만의 시청각 노하우로 머릿속에서 재조합하거든요. 내가 느낄 수 있는 세계를 밖으로 끌어낸다고 할까요.” 홍 작가는 이런 뜻에서 자신의 작품을 ‘감각적 경험’이라 설명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링크>(Link)(2018)는 제 귀에 장착된 보청기와 인공와우 같은 장치를 통해 들리는 소리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됐습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개체의 연결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평면 회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 결합도 시도하겠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작품 교류에 그치지 않고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연결’이 되길 바란다.  

■  홍세진은 인천가톨릭대학 조형예술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를 수료했다. 단체전으로는 < For sound >(2014, Gallery GO), <발화의 장소>(2018, Art Company GIG) 등이 있고, 개인전으로는 <감각하는 세계>(2018, 갤러리밈), <엉키고 쌓이다>(2019, 팔레드 서울)을 열었다. 현재는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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