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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리 Jun 04. 2019

청각 매체, 미술에 접목

'디엠제트(DMZ)'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김준

“현대미술은 작품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올해의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김준(43) 작가는 청각 매체를 미술에 접목한 ‘사운드 아트’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흔히 시각예술로 대변되는 미술에 소리를 활용한 시도가 이채롭다. 그러나 그는 “존 케이지, 백남준, 요셉 보이스도 사운드를 소재로 한 작가였다”며, “소리는 더 이상 생경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는 5월6일까지 계속되는 ‘디엠제트’(DMZ) 전시에 참여한 동기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비무장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채집한 ‘혼재된 신호들’(2015~2019)이라는 작품을 공개한다. 여기엔 민통선 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군사훈련과 포격 소리뿐 아니라 대남 방송과 동물 소리까지 들려준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소리의 풍경)라 이른다. ‘땅의 풍경’을 뜻하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와 소리(Sound)를 합친 말이다. 이처럼 환경과 소리를 엮은 그의 시도는 전작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지난 11월 종로구 세운광장에서 새벽 3~4시에 깜짝 공개한 ‘상태적 진공’은 서울 곳곳에서 생긴 소음을 채집한 것이다. “가장 시끄러운 대낮에 발생한 소음을 가장 조용한 시간에 들려주고 싶었어요. 다른 것에 영향받지 않고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서울역에서 흘러나온 집회 확성기와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위자들의 울부짖음을 포함한 ‘상태적 진공’에 대해 그는 “결국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이 아니겠냐”고 한다. 

“우리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소음일 뿐이에요. 도심에서 나는 수많은 소음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마련이죠. 하지만 소리는 역사와 지리적 특성이 들어 있는 동시대의 현실을 그대로 표출하는 증거입니다.”

■ 김준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유학한 뒤, 사운드 설치 작업을 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도심 속 서울의 소리를 채집한 ‘상태적 진공’(2018), 을지로의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한 ‘다른 시간, 다른 균형’(2016), 난지 쓰레기 매립장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 ‘가공된 정원'(2013) 등이 있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6), 인천아트플랫폼(2014),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2)에 입주했으며, 현재는 금천예술공장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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