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현대무용제에 출품한 무용가 전미라
“규칙과 억압에 억눌린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일까?”
‘2019 국제현대무용제’ 출품작인 <신성한 캐노피>(2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안무를 맡은 무용가 전미라(39)가 밝힌 공연의 모티프다.
2005년부터 댄스뮤지컬 <겨울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활동할 만큼 독보적 위치를 얻었던 그는 2011년 결혼을 하면서 돌연 무대에서 은퇴했다. 경력단절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는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면서 그동안의 고민을 무용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5·7살 두 딸을 키우면서 영감을 얻었어요. 아이들의 말과 행동, 일상적인 움직임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저는 사악한 악마와 다를 바 없었어요. 여기에 실망했거든요.”
공연은 훈육하는 엄마와 통제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세 명의 무용수가 몸으로 표현한다. 작품의 제목으로 천막을 뜻하는 캐노피에 ‘신성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는 부모가 행하는 권력에 주체성을 잃는데도 끊을 수 없는 복종 관계로 귀속되기 마련이에요. 결국 부모가 신성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선 아이의 역할을 하는 안무가들에게 지속적인 통제가 내려진다.
‘문지방을 밟지 마라!’
"뛰어다니지 말라!"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
강한 명령어는 부모에게 억압받는 아이들처럼 통제한다. 여기엔 영화 <도가니>에서 사감 역을 맡았던 김주령 배우가 강렬한 부모 목소리로 출연한다.
작년에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초연한 내용 중 핵심만 뽑아 제작된 이번 작품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자신을 바깥세상과 단절시킨 <송곳니>(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와 닮아 보인다.
아이를 기르며 겪었던 고민을 작품에 녹인 그는 이번 작품이 기대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잘못했던 것을 알고 반성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올린 거예요. 괴물 같은 엄마가 아니라 친구 같은 엄마, 내 손아귀에서 노는 아이가 아니라 주체적인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 전미라는 세종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 < Mother Earth >(2011), 융복합공연예술축제(PADAF) < Triangle Room >(2016)으로 신진안무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 무용 부문에 <신성한 캐노피>가 선정되었고, 2004년부터 툇마루무용단 단원을 거쳐 현재는 부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