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미지근해진 청약 열기에 중도금 무이자 전환, 계약금 완화, 발코니 무료 확장 등 조건 변경
계약조건 완화로 수요자 잡기 나서 "입지, 분양 이후 가격 상승 여력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승승장구하던 서울 주거용 분양시장에서 콧대 낮춘 주거용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고금리 기조와 분양가 상승 등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청약 열기가 주춤하자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혜택 제공으로 계약률을 끌어올리려는 단지가 늘고 있다. 대부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곳들이다.
시장에서는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의 대출규제가 청약수요 둔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를 중단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시장 내 매수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5로, 지난주 89.8보다 0.3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3에서 87.6으로 떨어졌다. 7월24일 87.4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분양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92.5로, 전월 100.0보다 7.5p 하락했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5개월 만이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분양불패로 불리던 서울 분양시장도 양극화하면서 중도금 무이자 등 수요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건 단지가 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우대 조건보다는 단지의 입지나 분양 이후 가격 상승 여력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공급중인 주거용 단지로 최근 계약 조건을 변경해 수요자들을 선택을 기달리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중도금 무이자에 계약안심보장제를 내걸었다. 계약안심보장제는 분양 정책 등의 변경으로 계약조건이 계약 체결 당시보다 유리하게 변경되면 기존 계약자에게도 바뀐 계약조건을 소급 적용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 9월 분양을 진행한 이 단지는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계약 포기자가 대거 생겨나며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동, 총 771세대 규모로 전용면적 59~84㎡로 구성되며, 주차대수는 939대로 세대당 1.22대가 가능하고 입주는 내년 3월 예정이다.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고,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함께 붙박이장, 시스템에어컨, 하이브리드쿡탑, 전기오븐 등 다양한 옵션들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또한, 골프존, GX존, 피트니스센터, 그리너리 스튜디오, 경로당,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지며, 인근에 어린이공원, 보라매공원, 국사봉 및 상도근린공원, 국사봉 숲속 도서관 등이 위치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교통여건으로는 도보 10분 거리에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있고, 2028년 예정된 서부선 경전철 신상도역(가칭)이 50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장승배기역에서 여의도까지 25분, 강남까지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서울 도심 아파트로 교통이 편리하다.
분양문의 1668-0970
구로구 개봉동 '호반 써밋 개봉'(317가구)도 선착순 공급을 진행하면서 초기 계약금을 분양가 10%에서 1000만원으로 내렸다. 이 단지는 청약 1순위에서 평균 2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평균 경쟁률 5대 1을 기록하는 등 청약자가 제법 몰렸다.
하지만 정작 계약에 나서는 수요는 많지 않았다. 이에 계약금 납입 횟수를 쪼개 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 분양가는 9억원 중반대로 시세 대비 수억원 비싸게 책정됐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162가구)도 기존에 유상 옵션이었던 가전제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수요자 잡기에 나섰다.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청약한 이래 1년 3개월 여가 지나도록 물량을 모두 털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 ‘강동역 SK리더스뷰’는 환매조건부 조건을 내걸었다. 입주시점에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떨어질 경우 사업주체가 다시 매수해주는 방식이다. 계약을 망설이는 수요자들에게 시세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주기 위한 전략이다. 여기에 계약 축하금과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의 금융 혜택도 제공한다. 계약금을 5% 납부하면 1400만원, 10% 납부 시에는 2800만원 지급해 준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조건이라는 평이 나온다. 단지는 지난 2월 분양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일부 단지가 미달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구 안에 드는 입지에 미달 분량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잔여물량을 모두 털어내서라도 자금 유동성 흐름을 해결하려는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