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4년 새해 1월 10일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 규제 완화뿐 아니라 위축된 수요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신축 주거용 오피스텔·빌라 등 소형 주택이나 지방 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했으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던 '단기 등록임대'도 재도입한다.
주택 구매 시 세제 혜택 등은 기존 주택공급 대책들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앞서 부동산시장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에는 신중하겠다는 기존 정책 방향에 변화를 준 셈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주택건설 사업성이 악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대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9·26 대책'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 정부는 공급 규제 완화에 집중했다.
정부가 신축 도심 소형 주택과 지방 미분양 아파트 구입에 세 혜택을 주는 수요 진작책을 꺼낸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고조로 주택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전세사기로 인해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덩달아 공급도 씨가 마른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공급난 우려를 잠재운다는 방침이다.
1월 10일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2년간 준공된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한다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대상은 전용 60㎡ 이하의 수도권 6억 원, 지방 3억 원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아파트를 제외한 공동주택·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주거용 오피스텔 1실을 매입해도 이제는 3주택자가 아닌 2주택자로 간주해서 정상 과세한다. 3주택자가 되면 취득세·종부세 등이 중과되기 때문에 소형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고 싶어도 무거운 세금으로 인해 못했던 다주택자들이 주택 구입을 고려할 수 있게 유인을 제공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다.
이같이 신축 소형 주택 구입자에 대한 규제를 푸는 이유는 도심에서 1~2인 가구들이 거주할만한 소형 주택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 규제도 완화했다.
우선 주택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를 허용했는데 쾌적한 주거 여건을 갖춘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총 300세대를 넘길 수 없도록 한 도시형 생활주택 세대 수 제한은 폐지했다. 지금은 도시형 생활주택 전체 세대 수의 절반까지만 방을 설치할 수 있는데, 방 설치 제한 규제도 폐지한다.
도시형 생활주택 내 공유 차량 주차 공간을 설치하면 주차장 기준을 완화한다. 지금은 가구당 0.6대의 주차면을 만들어야 하지만, 주차면 수를 100% 공유 차량으로 채우면 가구당 0.17대, 절반을 공유 차량으로 채우면 0.26대를 설치하면 된다.
지방 미분양 대책도 내놨다. 앞으로 2년간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6억 원 이하 주택이다. 올해 1월 10일 이후 주택 사업자로부터 최초 구입한 미분양 주택부터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주택 1채를 소유한 사람이 지방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 10채를 사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1주택자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소형 주택과 달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기존 1주택자가 구입 시 1가구 1주택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적용한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 때는 조금 더 혜택을 줄 필요가 있어 특례를 적용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주택 수 산정 제외는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5월 중 조치해 시행하고 소급 적용한다.
이 밖에 정부는 주택 건설 사업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원시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원시취득세는 신축, 증축 등으로 새로 생긴 부동산을 취득했을 때 내는 세금이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손본다. 현재 임대 의무기간은 10년인데 이와 별개로 6년으로 낮춘 단기 등록임대 유형을 도입한다. 아파트는 제외하는 형태다. 이전에 4년짜리 단기임대가 있었는데 폐지됐고 이번에 부활하면 6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제 혜택은 기존 4년 단기임대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을 위해서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아파트에 대한 10년 의무 임대는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보고 제도를 손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그간 공급 중심으로 대책을 내놓았는데 수요가 지나치게 위축된 부분이 있었고 정상 수요는 회복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에 수요 진작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
우선 도심의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한다. 준공된 지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 없이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재건축을 위한 행정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이 경우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시작 기준인 노후도 요건(준공 30년 이상 건축물 비율)도 기존의 3분의 2에서 60%로,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는 50%로 완화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2027년 착공해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잡았다. 올 한해 공공주택 공급 물량도 당초 12만5000가구에서 14만 가구로 늘리고 3기 신도시 5곳은 내년 1월까지 모두 착공에 들어간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사업 활성화나 기간 단축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 정부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거의 다 풀어놓겠다는 것인데 이 점은 긍정적이지만 조합이랑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거나 조합원 간 갈등 등의 사안으로 인한 사업기간 장기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어 공사비와 관련된 사안의 경우 결국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완화돼야 하는데 그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부족하며 또 공사비 인상은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되는데 높은 분양가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도 문제다. 지금 나온 대책만으로 이런 갈등을 쉽게 풀어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해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또 수요자 중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라는 규제 때문에 쉽지 않고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아무리 규제를 다 풀어도 금리 인하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거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 활성화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조합에서도 현시점에서 늘어난 자재비와 인건비를 규제 완화 정책만로 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부연했다.
30년 이상 노후주택에 대한 규제여서 다른 정비사업의 경우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며 공사비 갈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관한 만큼 재건축사업이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의 경우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하고 안전진단 면제, 최대 500%까지 용적률 상향 등의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임기 내 착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완전히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고 해서 징벌적 과세를 하면 결국 약자인 임차인에게 그대로 조세 전가가 이뤄지고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과 임차인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부분 대책이 법 개정이 필요해 정부 대책 발표만으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주택법과 함께 소득세법을 비롯한 세법 개정도 필요하다. 국회 통과가 이뤄질 때까지 시일이 걸릴뿐더러 통과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