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은 애물단지? 특화설계로 화려한 로열층으로 변신 중
고층보다 비싼 1층...특화설계가 높인 몸값
공간 활용 극대화 설계 인기, 저층 세대에 개인 정원과 테라스 도입
개별 테라스 등 찾는 수요자 늘고 층간소음 자유로워 선호도 향상
사생활 침해와 소음, 답답했던 조망 등으로 아파트 분양 및 매매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1층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증폭된 층간소음 등과 맞물려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1층의 특화설계가 필수조건이 되면서 복층형 설계는 물론 테라스 하우스까지 등장하며 미운오리서 백조로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 1층을 포함한 저층세대는 가격이 일반 층보다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실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생활 침해, 보안상의 문제와 함께 채광성 및 조망권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았다.
그러다 보니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심지어 건설사 하청업체의 대물변제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아파트 시장에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설계가 1층에 속속 도입되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요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효율적인 구조와 맞춤형 설계를 통해 주거 만족도와 실용성을 동시에 잡는 단지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2025 부동산 트렌드' 조사를 살펴보면 '집'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59%가 '개성을 표현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공간'을 꼽았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41%)을 크게 앞질렀다.
희망하는 주거 공간도 달라졌다.
'거실 발코니'를 원하는 응답은 24%로 전년보다 7.1%p 늘었고, '방과 연결된 발코니'를 꼽은 응답 역시 15%로 5%p 상승했다. 수요자들이 단순한 평면을 넘어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공간 활용 설계로 차별화에 속속 나서고 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팬트리·알파룸 등 서브 공간부터 세대 내부 선택형 구조, 다양한 평면 구성, 높은 천정고로 개방감을 살린 설계가 대표적이다.
또한, 1층 등 저층 세대에는 개인 정원과 테라스를 도입해 단독주택 수준의 주거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외부 소음, 벌레, 사생활 침해, 하수구 역류 등의 단점이 뚜렷해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던 아파트 1층이 최근에는 단점을 상쇄한 특화설계 등으로 찾는 수요가 늘면서 로열층화되고 있다.
실제 1층이 로열층보다 1억원 이상 비싸게 거래된 사례도 다수 목격된다. 또한, 사실상 1층인 필로티(1층에 기둥을 세워 개방시킨 구조) 2층도 층간소음을 고려해 아이를 키우는 가구를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도 1층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마니아층도 두터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1층과 탑층(꼭대기층)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어느 층이 더 나은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 매매시장에서도 공간활용도를 높인 1층 설계의 인기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의 1층 매물로 나온 전용면적 84㎡는 지난 2024년 4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같은 시기 19층 매물(15억3000만원) 대비 6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이 단지의 1층 일부 세대는 거실 발코니 전면부에 테라스를 활용해 입주자가 전용 정원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선호도가 높다.
1층에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화성시 영천동 ‘동탄파크자이’의 전용면적 99㎡(1층)은 올해 4월 9억1500만원에 거래돼 동평형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로열층인 10층 매물(8억4000만원) 대비 7500만원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단점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 겨울에 하수구 배관이 얼어 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있고, 위층 대비 습하다는 단점이 있다. 나무에 가려 채광이 좋지 않고 소음이 크다는 점도 비선호 요소로 꼽힌다.
특히나 구축 아파트에서 이러한 단점들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로열층 대비 여전히 환금성이 낮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65세 고령 인구가 1,000만을 돌파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도심 내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점 역시 1층 등 저층 아파트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자가치보다 실거주를 중요시하는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편한 아파트 1층을 포함한 저층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령자와 아이가 있는 집 등은 저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저층만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 예전보다 가치가 많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1층의 단점을 줄여 특화 설계한 평면은 희소성이 크다"면서 "신도시 등에도 극소수로 1층을 테라스 특화한 매물이 있는데, 단지 내 최고가를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어 "일반 평면 1층은 희소성이 크지 않아 로열층 대비 매매가가 여전히 낮은데, 다른 층수 대비 환금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