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하는 일은 반드시 탈이 나는 법
출산을 하고 조리원에 들어가면서 마치 거대한 특명을 받은 것 같았다. '조리원 친구 사귀기'. 출산이라는, 내 생의 가장 큰 일을 치르고서 내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 시기에도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니. 아,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조금 씁쓸했다. 왜 어디를 가든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안달인 건지. 수유 콜이 오면 아이 젖을 물려야 했고, 틈이 나면 쉬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내 몸을 챙겨야 했기에 나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단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별로 궁금하지 않은 질문을 해대고 싶지 않았다. '어디 사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첫 아이세요?' 등등.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나서, 연락하는 조리원 동기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니 지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그러려면 조리원에 뭐하러 갔어?"
아파트를 지나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 엄마들을 자주 본다. 가끔은 소외감이 들기도 하고, 나도 빨리 끈끈한 모임 하나를 구성해서 그 속에 들어가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곧 내 성격에 대한 자책감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그럴 때면 꽤 깊은 우울에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정신없는 육아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도 곧 잊혀지곤 하지만). '난 왜 이리 소심해서 사람도 제대로 못 사귀는 걸까. 우리 아이도 나랑 닮으면 어쩌나. 이러다 육아 정보도 뒤쳐지고 나만 고립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가끔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 또래의 엄마를 만나면 일부러 상냥한 투로 말도 먼저 걸어보며 용기를 내 보기도 했다. 몇 번 만나 안면을 트면 휴대전화 번호도 물어보고, 가끔 이런저런 질문도 할 겸 문자도 보내보고 말이다.
그러나 억지로 하는 일에는 반드시 탈이 나는 법. 내 마음이 움직이기보다는, 그저 아이 친구와 엄마 친구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하는 노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나는 친한 엄마를 빨리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교류하는 사람이 적어 하루하루가 좀 심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에 아이와 내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더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 깊게 소통하면서 따뜻한 관계를 맺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2021년에 내 자신에게 하는 주문이자 꼭 기억하고 싶은 말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자'다. 육아를 할 때, 사람들을 만날 때,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볼 때, 그 어떤 순간이든 마음이 시키는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꼭 그렇게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