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고 있나요?

by 장유미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아이 위주가 아니라 부모 위주로 살아야 한다' 이런 말들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200% 공감한다. 내가 바로 선 후에야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삼 형제를 키워오면서 내가 깨달은 중요한 진리 중 하나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나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하는데 언제나 나는 그 한계치를 넘어 버린다. 그러고나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낸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잦다.


오늘도 그랬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저마다 한 권씩 가져온다. 막내 읽어주면, 둘째도 옆에서 읽어달라고 성화고, 그 옆에 있던 첫째도 간절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누구는 읽어주고 누구는 안 읽어줄 수가 없기에 나는 지쳐도 에너지를 쥐어짜내며 책을 읽어준다. 오늘 특히 읽어준 책은 글밥이 많아서 유난히 힘이 들었다. 읽다가 중간에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겨우겨우 읽어주었다. 책을 읽다 중간중간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저 밑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그러곤 가만히 있는 아이들에게로 화살이 돌아갔다. "야! 이제 하루에 한 권씩이야! 엄마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힘들어서 책 못 읽겠어!!!"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억울하기도 속상하기도 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재우라고 얘기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아, 오늘 하루도 망했구나. 내가 망쳤구나.'


남편이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에게 가시돋힌 말을 내뱉는 상황까지 가도록 만들지 말고, 평소에 나의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돌보라고 말이다.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육아를 하다보면 그걸 매순간 잊게 되는 걸 어쩌겠는가.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나의 몸 상태는 어떤지, 컨디션이 괜찮은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생활해야 하는 게 맞는데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파도에 휩쓸리듯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그런 자각을 자꾸 잊어버린다. 사람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강하게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습관대로 하루하루를 살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늘 그래왔듯이 아이들 위주의 일상을 살다 보니 자꾸만 나 자신을 잊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는데 말이다.


지나간 일이야 어쩌겠는가. 후회는 접어두고, 새로운 다짐을 발판삼아 앞으로 또 나아가는 수밖에. 한숨 덜 쉬고 잠시나마 나의 호흡에 집중하고 틈틈이 내 감정에도 귀기울여 주면서 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자기 전에 나를 토닥거려 주고 싶다. "괜찮아. 고생했어, 오늘도. 내일은 더 나아질거야."

매거진의 이전글놀면서 크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