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지난 주부터 매주 토요일에 놀이지도활동가 자격증 연수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 한다는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엄마로서 놀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아이들과 더 재미있고 즐겁게 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연수를 신청하게 됐다. 다양한 전래놀이를 배워서 우리 아이들과도 해 보고, 공동육아를 하는 품앗이 친구들과도 해 보고, 나아가서는 내가 복직을 하면 우리 반 아이들과도 제대로 놀아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나를 연수로 이끌게 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육아를 이유로 계속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넷째를 출산하면 더 못하겠다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전하게 되었다.
놀이를 접하는 시간은 나를 소중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술래잡기, 딱지치기, 실뜨기, 손뼉치기 등등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하면서 울고 웃고 했던 시간들이 소환되며 그동안 잊고 있던 동심이 하나하나 깨워지는 느낌이었다. '맞아, 이런 놀이가 있었지.' 하면서 오랜 기억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짓게 되기도 했다. 연수과정에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이 대다수인데 놀이를 하는 시간만큼은 다들 열한 살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천진난만하고 즐거워보였다.
사실 놀이를 하면서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은, 하나의 놀이 안에도 깊은 철학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단순한 놀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놀이는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다양한 역할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며 협동이나 배려 등과 같은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예를 들면, '왕과 신하'라는 놀이를 하면서 항상 약자로 존재했던 아이들이 왕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진치기'를 하면서는 나 혼자 도망만 다닐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을 살려주면서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짝을 바꿔가며 손뼉치기를 하면서는 내가 원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도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배우게 된다. '딱지치기'를 하며 나의 소중한 딱지를 잃는 경험을 해 본 아이들은 상실감이라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삶 속에서도 상실의 의미를 인지하고 익숙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부모가 뭐든 해 주고 결핍이 결핍되어 있는 요즘 시대의 아이들에게 상실이라는 감정은 얼마나 생소한 것인가. 동시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놀이 연수를 하며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놀이 속에 우리 아이들의 삶에서 배워야 할 거의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는 게 아닐까. 쳇바퀴 돌 듯 학원에 가서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라 수행하는 것보다,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그 속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옛날과 많이 달라서 요즘 그렇게 아이들이 충분히 놀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잘 알고 있지만, 적어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이들이 놀이에 많이 노출되며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하는 엄마라니, 뭔가 매력적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니까. 아이들이 다 커버리기 전에, 놀이를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전파해야겠다. 어린 시절에 가족들과 친구들과 했던 놀이들이 아이들의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역시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