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열 높은 나라 한국에 살면서 사교육에 대한 걱정을 안 해본 부모는 거의 없을 거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정보들과 아이 또래 친구들의 학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장이라도 우리 아이를 학원에 들이밀어야 할 것만 같다.
첫째가 6~7살 되었을 때, 우리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들 중 공부방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이 많았다. 하원 시간에 공부방 봉고차가 와서 아이들을 픽업한다고 했다. 한글도 배우고 수도 익히고, 한 달에 한 번은 삼겹살 파티도 열어서 아이들과 부모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나만 너무 느긋한 엄마인 걸까? 나는 아이들이 적어도 초등학교 가기 전에는 마음껏 뛰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 혼자만 딴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영어도 해야 되고, 체력을 위해 운동 하나쯤은 해야 되고, 피아노나 미술도 하면 좋고...그럼 도대체 얼마지?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였다.
첫째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한다는 학습지도 하나 해 준 적이 없었다. 학습지 하나 정도야 해 줄 여력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솔직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한글과 수는 어린이집에서 7세 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수업을 하고 교재도 집으로 보내주니, 복습이 필요하다면 그것으로 조금 더 보충해 주면 될 터였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배워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가면 ㄱㄴㄷ부터 배우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시기에 미리 배우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놀 시간을 빼앗겨가면서 말이다. 준비가 되면 더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을.
그래서 우리 아이는 한글을 다 떼지 못하고 학교에 입학했다. 어떤 아이들은 7살 때부터 스스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고나서도 한참동안 "엄마, 이 글자 뭐야?" 라고 물어볼 때가 많았으니까 그 아이들과 비교한다면 뒤쳐지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남과의 비교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육아 원칙대로 잘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는 일은 없었고,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을 잘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그 신념은 옳았다고 지금도 여긴다. 한글을 스트레스 받으며 '마스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과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서 그 점이 아이에게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 같은 경우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학교 진도에 맞추어 집에서 수학 문제집 2장 정도 매일 풀며 복습을 하고 있는데, 많은 양의 공부는 아니지만 적게라도 꾸준히 하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의 학습이란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배운 만큼의 수학을 복습하고, 매일 간단한 일기를 써 보고, 엄마와 함께 또는 혼자서 좋아하는 책을 몇 권 읽어보는 정도로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철학 없이 남들이 시키니까 나도 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학원에 내모는 것이 잘못된 것 같다. 아이의 성향에 맞추어 아이가 필요로 하는 학원을 다니는 것은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고 실력을 키우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거다. 특정한 기술을 익히거나 연마하는 것은 가정에서 하는 데는 제약이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나이 되면 여기는 다녀야 된대. 안 그러면 뒤쳐진대.' 이런 주변의 말만 듣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은 정말이지 돈 낭비가 아닐까?
주변의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철학을 가지고,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믿은 바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다.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그 아이가 우수하게 자라는 것도 아니고, 사교육을 적게 받는다고 해서 뒤쳐지거나 모자란 것은 아닐 테니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많이 놀고 멍때리는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어 있는 그 시간에 마음껏 상상하고 쉬고 사색함으로써 창의력이 무럭무럭 자라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