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지칠대로 지친 요즘, 아이들이 놀면서 살짝 티격태격하는 모습에도 크게 예민해진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것은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육아를 당연한 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살면서도 가끔은 억울하기도, 지치기도, 때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버리지 못해서 바닥난 에너지를 어떻게든 끌어올려 이 하루를 어떻게든 잘 마무리해 보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또 딱하다.
날씨도 춥고 귀찮기도 해서 오랫동안 아파트 놀이터에 가지 않았다. 하루의 긴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고 온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뛰어놀 시간을 주고 싶지만 요즘 같은 혹한기에는 그렇게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삼형제와 함께 오랜만에 콧바람도 쐴겸 놀이터에서 놀아보기로 했다. 오다가다 가끔 만났던 아이가 놀이터에 있길래 우리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하고, 한발뛰기도 해 보았다. 한발뛰기에서 내가 술래가 되어 첫째 아이를 손으로 탁 쳐서 아웃이 되었는데 그 순간 첫째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울기 시작했다. 놀 때는 재밌었는데 막상 아웃이 되니 속상한 것이다. 엄마는 어른이니까 유리하다는 둥, 금을 밟았다는 둥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으며 놀이를 안하겠다고 했다.
'또 시작이네.' 짜증이 확 치밀었다. 평소에도 첫째 아이는 놀이를 하다 질 것 같으면 갑자기 그만한다고 하거나, 지면 울어버리고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일이 많았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고 아직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나이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는데 나는 그 순간의 화를 참지 못했다. "엄마는 이래서 너랑 놀이하는 게 싫어. 너랑 놀이하고 나면 항상 기분이 안 좋아지거든. 너는 도대체 왜 그래?" 이런 말들을 내뱉어버렸다. 아이는 엄마에게 이해받지 못했다는 속상함과 좌절감에 얼굴이 얼룩져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모른체하고 한숨만 내뱉으며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렇게 부정적인 말들을 뱉어버리고 나면 후회와 부끄러움에 휩싸이게 되는데 문제는 다음에 그 상황이 되면 또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아이의 것인데, 내가 그걸 왜 통제하려고 했을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라고 해서 아이를 비난하고 감정을 짓밟으려고 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속상했구나.'이 한 마디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항상 감정이 폭주한 채로 아이를 훈계하려고 하고 빨리 문제 행동을 고치려고 하는 내가 후회된다.
내 감정의 경보음이 켜졌을 때 잠시 나를 멈추고 숨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으려면 내가 아이들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바닥나면 그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저녁에는 잠시 밖에 나가서 30분간 자유시간을 가졌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책도 들춰보고 핸드폰도 보았다. 어제는 2월에 서울에서 볼 뮤지컬도 하나 예약했다. 처음으로 VIP석을 끊었다. 남편이 하루 휴가를 쓸 테니 다녀오라고 기꺼이 허락해줘서 가게 되었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매일 쳇바퀴 돌듯 이어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끔은 일탈이 필요한 이유다. 당분간은 곧 있을 그 일탈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일탈 후에는 그때의 행복을 곱씹으면서 한동안 나는 또 힘을 내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