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도 아이의 인생이니까

by 장유미

날이 너무 추워졌다. 임신 6개월이 다 되어가니 배도 제법 나오고, 내 몸에 맞는 옷이 별로 없다. 큰맘 먹고 패딩을 사러 가족들과 다 함께 외출을 했다. 비싼 옷 살거라 이것저것 입어보며 꼼꼼히 따져보느라 아이들을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때 사고가 났다. 좁은 옷가게에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둘째가 넘어져서 옷가게 내에 있던 가구 모서리에 턱을 부딪친 것이다. 턱이 찢어져 피가 나고 아이는 울고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급하게 응급실에 갔는데, 여기서는 꿰매도 흉터가 남을 수 있어 인근 지역의 성형외과에 가야 한다고 했다.


피부가 찢어진 경우 24시간 내에 수술을 해야 꿰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24시간이 지나버리면 봉합이 어렵단다. 다음 날 부랴부랴 차를 타고 40분간 이동해서 다친 부분을 꿰맸다. 살짝 찢어진 줄 알았는데 18바늘이나 꿰맸다. 다 끝나고 나니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직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아이가 엄마 아빠 떨어져서 혼자 수술대에 올라서 꿰매야 한다니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고맙게도 아이가 잘 견뎌 주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고 다친 부위도 티가 많이 나지 않게 잘 꿰매져서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 입장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옷가게에서 오래 머무를 것 같았으면 아이들은 집에 두고 혼자 다녀올걸, 아이들이 뛰어다니지 않게 옆에서 강하게 주의를 주었어야 했는데... 얼굴인데 혹여나 흉터가 남으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말했다. "속상한 마음은 당연히 이해하지만, 흉터도 아이의 인생이라 생각하자. 흉터가 남더라도 그건 아이의 인생인 거야. 흉터와 함께 살아가는 거지."


처음엔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물론 다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가 조치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그 이후의 것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니 편하게 지켜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는 의미였지 않나 싶다. 이 날의 다친 사건으로 인해서 아이는 앞으로 좀 더 조심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흉터가 생기더라도 그 모습 또한 우리 아이의 얼굴이기에 그것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면 될 것이다.


부모이기에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이의 인생에 주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너무 많은 것들을 해결해 주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흉터에 밤잠 못 이루며 걱정하는 나처럼 말이다. 한 걸음 물러나 지켜봐 주는 것, 부모로서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 어디까지가 관심이고 어디부터가 지나친 간섭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어렵고 또 어렵지만, 이렇게 또 하나씩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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