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7세쯤 되니, 주변의 또래 엄마들은 태권도, 영어, 공부방, 피아노 등등 다양한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사교육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대로 우리 아이를 따라가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를 어느 정도 적절한 자극에 노출시키는 게 필요하기는 하지 않나? 그럼 뭐가 좋을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기는 헀었다.
우리 첫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움이 큰 편이다. 내가 뭔가를 배워보겠냐고 제안했을 때 단칼에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그 분야가 생소하고, 내가 그걸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잘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아이가 뭔가를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 한동안 나는 그런 부분이 아이의 큰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고쳐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게 된다고 얘기한 적도 있고,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있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래도 '싫어요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한숨짓곤 했다.
며칠 전, 지역의 한 기관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체스 수업 신청자를 모집했다. 두뇌 회전에도 좋고, 배워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아이에게 물어보았는데 역시 안하고 싶다고 했다. 억지로 밀어붙일 수는 없어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체스를 사서 우리가 집에서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나도 남편도 체스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첫째가 관심이 생겼는지 자기도 해 보겠다고 했다. 규칙이 헷갈려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하더니, 규칙을 정확히 숙지하고나서는 푹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동생이랑도 해 보고, 엄마와 아빠랑도 몇 번 해 보고 나더니 "저 체스 수업 신청할래요." 이렇게 얘기하는 거였다. 아이가 뭔가를 해 보겠다고 스스로 말한 것이 그게 처음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아이에게 제대로 설명도 안해주고 무작정 하라고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두렵고 거부감이 드는 일이었는지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아이가 관심이 생겼을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지도했어야 하는데, 아이의 성향을 단점으로 규정짓고 이걸 고쳐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했으니 계속 어긋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익숙한 것만 하려고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앞선다.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편이다. 나도 그러면서 아이에게는 왜 다른 모습을 기대했을까? 나에게 없는 모습을 아이에게서 발견하여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부모가 시키는 대로 이것저것 배우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고, 우리 아이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욕심이 없는 것 같아 속상했던 지날날을 떠올리니 아쉽고 후회가 된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좀 더 나은 방향을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관점이 아니라 아이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내가 부모로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