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꿈이 있지

by 장유미

3년 째 그림책 모임에 나가고 있다.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모여 함께 그림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거나 육아 이야기를 공유하는 편안한 공간이다. 막내가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서 아이를 데려가야 해서 나로서는 번거로움도 있기는 하지만 빠지지 않고 꼭 참여하는 편이다. 아이를 돌보느라 모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꼭 참여하려고 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너무 소중하고, 그 속에서 힘을 얻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엄마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엄마들만이 건넬 수 있는 따뜻한 위로가 있다.


얼마 전의 그림책 모임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분께서 '집에 엄마를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를 위한 공간? 그리 넓지도 않은 집, 그리고 거기서 복닥거리며 사는 다섯 식구, 엄청난 물건들... 그 사이에 나의 공간이란 불가능하기도 사치 같기도 했다. 나에게도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 적은 있지만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집안일을 덜어줄 건조기가 놓일 공간이 우선이었고, 아이들의 방방이도 거실 한켠을 차지해야 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들고 난 밤, 공용 식탁에 앉아 책을 보는 게 유일한 나의 시간이었다.


내 공간을 꾸리고 싶었다. 넓지 않아도 좋으니 나를 위한 작은 책상과 스탠드를 들여놓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책 모임을 한 그날 바로 인터넷 주문을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또 잊게 될까 봐서였다. 내 공간이 만들어지던 날, 보고만 있어도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쉽게 되는데 왜 그동안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책상을 보고 있는데 책상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자, 이제 여기서 너의 꿈을 펼쳐!" 나는 요즘 이 책상에 앉아 브런치에 글도 쓰고 신문도 읽고 책도 본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옆에 두고서. 하루 중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휴식이다.


밥 먹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는 꿈이 있어. 엄마는 글을 열심히 써서 1년 후에 책을 내는 게 목표야." 엄마에게 꿈이 있다는 말이 생소했는지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엄마에게는 꿈이 더이상 필요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꿈꾸기엔 이미 늦었다고 여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앞으로도 꿈을 꾸며 살고 싶다. 글쓰는 게 재밌다. 밥 먹는 것처럼 글쓰는 게 습관이 되도록 꾸준히 써 보려고 한다. 대신 지치지 않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집안일과 막내 육아, 요리, 어린이집 등하원...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했는데 목표가 생기고 나니 활력이 샘솟는다. 그리고 나를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예전에는 아이들 다 키워놓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왜냐? 그때는 너무 늦으니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성장하고, 동시에 나도 나의 꿈을 찾아 쑥쑥 커 나가야 한다. 아이가 내 인생의 목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목표가 되면 나의 많은 것을 필요 이상으로 희생하게 되고 아이에게 기대하게 되고 의지하게 될 것 같다. 그것보다는 부모로서 아이를 응원하고 아이의 삶을 지지하되,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게 서로를 위한 건강한 관계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걱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대신, 오늘도 즐겁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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