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의 최적기는 겨울. 1년 내내 여름이라 기온차는 적지만 스콜성 소나기가 거의 오지 않아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공항에서 입국절차 밟는 거만 두 시간이 걸렸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기대했던 건 보고 싶은 것보다 먹고 싶은 ‘맛’ 경험이다.달콤한 풍미 가득한 열대 과일을 실컷 먹어야지 생각했다.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으니 방콕에서 먹는 과일은 맛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매끼마다 그린파파야 요리, 채 썰어 만든 태국식 샐러드 쏨땀 (Som Tam) 등을 먹었다. 고추와 마늘, 라임즙과 피시 소스(남쁠라 Nam Pla)를 넣어 버무리고 땅콩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했다. 오징어 카레볶음,닭고기 바비큐를 함께 먹을 때도 쏨땀 접시를 먼저 비웠다. 라임맛이 남은 국물에 소면을 비벼 먹는 맛도 좋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그린파파야는 아사삭 거리는 식감이 아닌 걸 제외하고 한국의 무채 김치 그 자체다.
잘 익었을 때 디저트로 먹던 주황색과일 파파야가 방콕에서는 야채와 과일, 우리의 김치 같은 존재
그린 파파야는 내게 트란 안 홍 감독의 1993년 영화 <그린파파야 향기(L'Odeur De La Papaye Verte)로 추억된다.초록파파야 나무, 언제나 현재를 살았던 열 살 소녀 무이, 호기심과 행복함이 가득한 얼굴, 파파야요리 그리고 음악
아침에 호텔 조식부터 점심, 저녁 식사, 맛있겠어서,궁금해서 틈틈이 먹은 음료, 간식까지 삼시 세끼를 모두 챙긴 게 얼마만인지
단단한 껍질과 달리 속이 부드러운 두리안의 맛 귀리와 피칸을 섞어 만든 젤라또 같다. 과일의 제왕, 누군가에겐 ‘천사의 맛’, 누군가에겐 ‘지옥의 맛’이라는데 나에겐 ‘천사의 맛’이다.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음.
망고 찰밥, 코코넛 아이스크림, 농어구이, 쌀국수, 똠양꿍, 태국 맥주 창, 상하, 레오, 양동이 칵테일, 망고탱고, 랭쌥...언제 다 맛보나 대형 마트 빅시에 한국 진로 소주가 많다. 점심 식사 시간에 옆 테이블에서 사와롯(Sao Wa Rot 패션 푸르트)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데 그 맛이 궁금할 수밖에.한 모금 맛보았는데 상큼한 맛과 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짝이는 방콕의 야경 보러 저녁엔 오션뷰 맛집 스페이스 파타야에 들렀다. 화사한 무알콜 음료 즐기기엔 괜찮은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