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박 Aug 21. 2022

무인 상점에 개똥 버리지 마세요


처음에 빈 상가에 무인 할인점을 하기로 했을 때 층고도 높고 깔끔한 통유리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간과한 사실 중 하나는 창문이 없다는 건데 앞, 뒷문을 열어 환기를 하면 되니 그것도 별 문제가 아니었다. 집에서 먼 거리긴 하지만 거의 매일 방문해 쓸고 닦았다. 관리가 소홀한 타 점포와는 차별화를 두겠다는 일념으로 청소의 비애도 감내하였건만 어느 순간 가게에서 피어나는 쿰쿰한 냄새를 막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뒷문을 막아버린  화근이었다. 무인 편의점은 주인이 항상 있지 않으므로 CCTV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감시 카메라는 주로 입구에 포진되므로 비용 절감을 위해 뒷문을 아예 폐쇄하였다. 그러니 환기가 어려웠다. 하필이면 바로 뒤에 남자 화장실이 있어서 유리문 틈새로 냄새가 들어왔다. 상가에서는 1주일에  청소용역을 사용하였는데 초여름부터냄새가 점점 심해졌다. 입구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악취가 정면으로 날아왔다. 심한 날엔 코를 싸쥐고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뿌렸다. 지나갈 때마다 문을 닫는  기본이고.



하지만 냄새는 간헐적으로 계속 났다.  어떤 날은 유독 심했다. 반려동물 간식 수십 개가 모여있다 보니 사료나 비릿한 재료들이 한 데 모여 있는 데서 나는 냄새일까 매대로 가까이 가서 킁킁거렸지만 또 다른 냄새인 것 같았다. 10평짜리 매장을 뒤덮는 악취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통에 씌워놓은 비닐을 빼서 종량제 봉투로 옮기려는데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쓰레기를 자주 버리기 때문에 음식물이 썩었을 리 없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간혹 있어서 담뱃진 냄새인가 싶었는데 그러기엔 너무 역했다. 세상에. 개똥이었다. 아마도 산책 중에 밖에서 쌌을 똥. 매너 있는 애견인답게 그것을 봉투에 담아서 작게 묶어서 우리 가게 쓰레기통에 버리고 표표히 떠났던 것이다. 그랬구나. 남자 화장실도, 다른 쓰레기들도 범인이 아니었구나.



사실 충격이 컸다. 너무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애견인이 아니어서 이해 못 하는 걸까? 봉지에 쌌으니까 쓰레기통에 넣는 것은 정당했던 걸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드나들고, 냉방중이어서 문을 반드시 닫아야 하며, 그러므로 밀폐된 공간, 남의 영업장에 있는 쓰레기통에 개똥을 집어넣다니. 게다가 먹거리를 파는 곳이었다. 매일 나름대로의 정성을 들여 문질러 닦는 나의 사업장이 순식간에 화장실이 되어 버린 느낌이라 눈이 이글거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 그 냄새가 기억이 나서 구토가 치민다.



알았을 텐데. 집에서도 분변이 묻은 패드나 봉투를 쓰레기봉투에 담아두면 집안 어딘가에서 계속 냄새가 난다는 것을 본인들도 분명히 알았을 텐데.



나는 포털사이트에서 개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자기 똥을 청소하는 귀여운 사진을 찾아서 내려받기를 했다. 사진 위로 커다랗게 '여기에 개똥 버리지 마세요'를 써 붙여서 출입문에 붙였다. 안쪽에도 붙였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누군가는 몰랐을 수도 있다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거라고, 그러니 알려주고 그러지 말게 해야지 생각했다. 문짝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행인들이 읽으면서 "개똥을 버렸나 봐, 누가 그런 몰상식한 일을 했대" 라며 지나갔다. 위안을 얻으며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또 냄새가 진동을 했다. 개똥이었다. 혹시나 싶어  공고문이 떨어졌나 살폈다. 여전히 깔끔하게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게 이용객이라면 보지 못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 사람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만 버리러 온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 동안 돌려 본 끝에 찾아낸 CCTV 화면에는 문 앞에서 한 발만 들여놓고 봉지만 정확하게 쓰레기통으로 골인시키는 한 사람이 있었다. 강아지는 손에 잡은 줄에 묶인 채 밖에 있었다.  욕이 저절로 나왔다. 상습적인지 그날 한 번인지 알 길은 없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날 이후 가게에 들어설 때면 긴장이 됐다.



어제는 단골인 어떤 아이 엄마와 마주쳤는데 지난번에 가게에 들어왔다가 냄새가 너무 역해서 도로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뒤에 있는 화장실 냄새일 수도 있다고 말했더니 아니라고, 쓰레기통 근처에서 나더라고 했다. 그 냄새 때문에 손님이 나가버렸다. 단골이니 그나마 말이라도 해주지 자주 안 오는 손님이나 처음인 사람이었으면 영문도 모르고 욕을 했을 테고 나는 손님을 잃었을 것이다. 억울해 잠도 안 온다. 개똥 투척은 영업 방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한 하소연일 수 있지만 간곡한 호소에 가깝다. 혹시라도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면 그러지 말아 줍사 하는 부탁이다. 무인점포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우리 상가만 해도 오직 우리 가게만 무인이었는데 1년 만에 네 개의 무인점포가 들어섰다. 애견인 천만 시대를 살면서 모든 견주가 남의 가게 쓰레기통에 똥을 버리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행여 천만인 중에 몇 프로라도 그런 일을 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보호자들의 이미지도 깎아 버리고, 가게 주인뿐만 아니라 특정할 수 없는 다수에게도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반려견의 행동 때문에 고민인 애견인의 신청을 받아 강형욱 훈련사가 설루션을 제공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나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지만 여건을 뛰어넘는 용기가 없어서 보는 것으로 만족을 찾는 편이다.

강훈련사는 반려견을 키우는데 보호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원칙을 지키는 태도, 안 되는 건 안된다고 하는 단호함 등을 덕목으로 삼는다. 설루션을 받은 보호자들이 그걸 행함으로 개의 문제행동이 변한다. 어떤 이는 반려견의 더 큰 행복을 위해 어렵고 큰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나야 아직은 대리만족으로 그치지만 보호자의 역할이 반려견을 행복하게 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늘 깨달으며 행여 내가 애견인이 되고 싶다면 그 마음을 새기겠다 다짐한다.


애견인이 아닌 사람도 지나가는 반려견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개는 훌륭하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내 반려견의 분변을 남의 영업장에 버리는 일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그게 쓰레기통이어도 말이다. 보호자들이 좀 불편하더라도 지킬 건 지켜준다면 개와 우리 모두에게 더욱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마침내! ​


제발 무인 상점에 개똥 버리고 가지 마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열무김치 안 주셔도 되는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