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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Dec 22. 2021

다이어트의 악마 '요요' 특집

필멸자여 요요의 심장에 칼을 꽂아라

  다이어트 지옥에는 명의 절대 악마가 존재한다. 식욕 지옥의 행그리(hangry), 의지 지옥의 투모로우(tomorrow), 그리고 유일하게 이들을 부활시킬 수 있는 악마의 신 요요(yo-yo)가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 다이어터 중 95%가 5년 내에, 99%는 10년 내에 체중 유지에 실패한다고 한다. 각종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다이어트 성공자 대부분은 요요현상까지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미디어에 종종 가십거리로 등장한다. 정말 이것이 우리의 한계일까? 다이어트에 푹 빠져 체중감량의 즐거움을 한참 만끽하다가 갑자기 <지옥>에 나오는 천사의 얼굴이 나타나서는, "너는 앞으로 2개월 뒤 2월 21일 7시에 요요를 겪는다"라고 말해주면 좋으련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셀룰라이트 너머에서 요요란 녀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텐데. 으악 젠장.


  요요와의 필연적인 운명을 우리 몸은 직감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눈치가 없다. 살이 찔 수밖에 없던 이유들과 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헤어진 연인과 더불어 요요와도 영원히 이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금에 눈먼 섣부른 과욕은 뱃살의 추억을 고문하며 밥은 먹고 다니냐 묻고 앉아 있다. 살은 쓸데없이 거기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정확히는 살찌기 싫어하는 나를 제외한 내가 필요해서 목 좋은 곳에 영구임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아이작 뉴턴은 그의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관성을 제1의 법칙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몸은 예외 없이 그 법칙을 받아들였다. 좀 더 유식하게 관성 대신에 '항상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게 그거다. 빛의 속도의 0.01%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하는 유인우주선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장장 8개월 이상의 점진적 감속이 필요한 것처럼, 몸에게도 관성의 법칙을 흘끔 쳐다보며 눈치 볼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단지 속도 욕심을 내려다가 궤도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우주선이 박살 나면, 시작이 반이라던 당신의 정언명령은 칸트의 기대와 달리 열정의 노예가 내벹은 하소연에 불과할 것이다.



  2016년 8월, 미국 국립보건원 등이 참여한 비만학회 논문인 《Persistent metabolic adaptation 6 years after "The Biggest Loser" competition('더비기스트 루저' 대회 6년 후 변화가 거의 없는 대사적응)》은 급격한 체중감량 후에 찾아오는 요요현상의 결정적인 원인을 '안정 시 대사율'의 감소로 꼽는다. 살을 너무 급하게 빼면 대사 리듬이 깨지면서 기초대사량 역시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낮아진 기초대사량은 감량 성공 후에도 감량 전의 상태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식단과 운동을 감량기와 동일하게 유지하더라도 다시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을 에너지를 담는 상자로 비유해 보자, 스파르타식 다이어트가 찌그러뜨린 상자는 펴질 일 없이 계속 찌그러져 있다, 그래서 에너지가 조금만 들어와도 상자 안은 금세 가득 차게 되고 잉여에너지를 지방으로 재깍재깍 바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참 기가 막히지 않은가? 같이 시험을 망치자던 단짝의 배신도 모자라서 이제 하다 하다 내 몸까지 뒤통수를 치니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에게 '또 만나서 반가워^-^'라고 인사하고 있는 아랫 뱃살을 쥐어뜯으며 우리는 반드시 요요 없는 궁극의 다이어트, 지속 가능한 결과가 보장되는 마지막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관성에게 시간이라는 촌지도 좀 주고 비위도 살살 맞춰가면서 티 나지 않을 만큼 매일마다 항상성 시계를 미세하게 조절해 나가야 한다. 다음은 항상성을 최소한으로 건드리는 10가지 다이어트 원칙들이다.



1. 한 달에 감량 목표치의 10% 이내로 감량하기.

- 20kg를 감량하겠다면 한 달에 2kg씩 10개월 동안 빼기. 10개월 금방. 욕심 내지 않기!

2. 평생 지키지 못할 식단은 버리고 기존의 식단에서 아주 천천히 음식의 종류를 바꿔 나가기.

- 예를 들어, 평소 육류 위주로 먹었다면 하루 한 번은 생선이나 닭고기 음식으로 바꾸고 일주일에 한 끼는 채소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만 식사해 보기.

3. 행그리가 찾아오면 주저 말고 소신껏 먹기.

- 식욕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먹어서 식욕 잠재우기. 식욕은 누르면 누를수록 점점 커지다가 나중에는 몸과 마음을 지배함. 우리는 식욕과 무의미한 싸움을 해서는 안 되고,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환경ㆍ심리ㆍ신체ㆍ영양과 싸워야!

4. 운동이나 식단과 같은 하위요인이 아니라 환경, 심리, 신체와 같은 상위 요인에 집중하기.

- 제 브런치의 다이어트는 환경과 심리가 중요하다》 참고해 보세요!

5.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글루카곤 분비를 활발히 하는 '애너지소비형' 체질 만들기.

- 제 브런치의 《살이 찌는 제1의 원칙》 참고해 보세요!

6. '마인드풀 이팅' 실천하기.

-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먹으면서 오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식사하기. 눈으로 감상하고, 음미하며, 향을 즐기고, 먹는 소리를 듣고, 수저나 손으로 만져 보기.

7. 운동을 살 빼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활력을 주는 취미생활로 여기기.

- 자신에게 맞는 운동 종목을 골라 보기. 운동 자체가 주는 행복감과 자기 효능감에 집중하기.

8. Before & After에 속지 않기.

- 다이어트 공급자들의 마케팅 기법과 업계의 입장을 생각해 보기.

9. 각종 다이어트 식품과 보조제, 특히 식욕억제제에 의존하지 않기.

- 겉으로는 부작용이 아무리 은 약이라고 하더라도 항상성 시계를 망가뜨릴 만큼 장기적인 손해가 존재한다는 사실 유념하기.

10. To do listTo don't list를 작성하고 서서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습관 들이기.

- 정말 실천 가능한 것부터, 쉬운 것부터, 현실적인 목록 만들어 보기. 1일 1식, 절대 금주, 간헐적 단식, 밀가루 절대 금지, 6시 이후 식사 금지와 같은 의지력을 크게 소모해야 하는 목록들은 오히려 다이어트를 실패하게 하는 원인.



  관성(inertia)의 어원은 '게으르다, 쉬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iners'이다. 이전의 상태에 머무르려는 물체의 저항력은 변화를 거부하는 게으른 모습과 어렴풋이 닮아 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게으른 당신의 몸은 계속 쉬고 싶어 한다. 아포칼립스에 대항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금쪽같은 지방을 앗아가려고 하다니, 몸은 어쩌면 다이어트하는 우리에게 되려 배신감을 느끼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며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몸의 주인은 나다. 그리고 몸은 나의 원초적이고도 순수한 또 다른 나다. 심지어 때론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니 우리는 몸과 싸우거나 몰아붙이며 공격할 필요는 없다. 마치 가장 순수한 나를 대하듯이 어르고 달래며 안아 주어야 한다. 순수하다 못해 너무 착해 빠진 몸이라고 여겨야 한다. 나쁘다거나 영악하다는 오해는 버려야 한다. 당신이 주는 대로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또 주인을 위해 밤낮없이 성실히 일하고 있는 몸을 보듬어 줘야 한다. 나의 나를 사랑하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몸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악마 앞에서 소리쳤던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사랑하는 내 몸과 함께 지방을 보낼 때, 그때가 오면 난 이렇게 말하겠네,
멈춰라, 너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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