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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Jan 17. 2022

무력감에 빠진 당신을 위해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빛나고 있어요

  어쩌면 무력감에 빠져있을 당신에게 이 글을 전합니다. 비록, 추운 겨울을 피해 카페 한 켠에서 써 내린 평범한 아메리카노에 불과할지라도 당신의 언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기를.





어느 P 씨의 이야기

어느 38살 가정주부 P 씨의 이야기와 그 인터뷰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살은 빼야 하는데 다이어트는 귀찮다. 그렇다고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 아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뱃살 위로 검은 옷을 걸쳐봐도 옷 태는 죽은 지 오래고 체력은 저질이라 뛰어 본 기억이 가물치다. 게다가 험상궂게 인상을 팍 쓰며, "와 진짜 살 좀 빼! 그게 사람의 배야? 배냐고?"라며 내게 진심펀치를 날리는 남편 놈에게 본 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살은 기필코 빼고 다. 임신 ×출산 ×경력단절 ×육아의 4 콤보를 맞고 TKO를 당한 복부와 엉덩이를 볼 때마다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의 뺨을 여러 번 때려도 봤다. 아주 세게. 그래도 역시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다이어트는 결국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거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근데 역시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작심삼일이라도 가능했다면 차라리 매주마다 3일 정도는 다이어트를 했을 텐데.. 다이어트를 제대로 해보려고 시도한 지가 벌써 1년 전인데, 좀처럼 열정에 불이 붙지 않는다.  딱히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나 노하우는 없었다. 그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기와 같은 선 굵은 진리 하나면 충분하다고 여겼기에 오직 필요한 건 의지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다이어트는 어려웠다. 시작부터 꼬였다. 나는 온갖 핑계를 대며 D-DAY를 미뤘고 막상 시작 일이 되어도 그날의 특이한 점을 꼬투리 삼으며 2일 뒤로, 다시 일주일 뒤로 교묘하게 열정을 따돌리고 있었다.

  어쩌다 컨디션이 좋아 운수가 좋은 날에는 설렘 반 다짐 반으로 운동을 시작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찾아오는 찌뿌둥한 몸과 마음은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데 의지력을 소모하게 했다.



P 씨 : 이 정도면 병 아닌가요? 저조차도 너무 답답해요.(^^;)

이 코치 : ........(^^;)

P 씨 : 저는 의지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3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매사에 늘 열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일이나 사랑이나. 근데 작년 이 맘때쯤부터 뭔가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는데, 뭔가 지친 느낌이랄까.(-_-)

이 코치 : 무력감에 빠지신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학습된 무력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신 것 같고요.(•_•)

P 씨 : 맞는 것.. 같아요.. 무력감이었어요. 지금도 무기력해요. 해야 할 일들을 숙제하듯이 하고는 있지만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이 커요. 사실 불행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욕심이 너무 큰 걸까, 그냥 언젠가부터 힘도 의욕도 없고 불만족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이 코치 : 네 그렇죠. 무력감이 들기 시작하면 있던 힘도 빠지고 어떤 이상에서 비롯된 감정이기 때문에 더 쉽게 불만족해. 그러면 어떤 종류의 무력감일까요? 음.. 기대가 자신에게 향하면 자아이상, 타인에게 향하면 관계이상이라고 하고, 또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기대하는걸 마법적 사고라고 하거든요.

이 셋 중에 무엇이 무력감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세요?(-_-*)

P 씨 : ....저에 대한 이상이죠. 자아이상? 그러니까 저 자신에 대한 기대치보다 현실의 모습이 많이 낮기 때문에 자꾸 짜증 나는 것 같아요. 가끔 화도 나고..눈물도 나고..(ㅜ-ㅜ)

이 코치 : 그 마음.. 깊이 공감해요. 저는 20대 대부분을 남들과 비교하고.. 또 실패만 하니까 낮은 자존감과 분노, 무력감으로.. 그런 상태로 살다가 이제 겨우 평정심이 뭔지 느끼고 있는걸요.(^-^)

P 씨 : 아 정말요? 의외시네요. 코치님은 저번에 남산축제 때부터 첫인상이 그냥 계속 밝은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다이어트 상담인데 너무 저 때문에 심리상담이 되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ㅎ.ㅎ)

이 코치 : 전혀 아니에요!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다이어트 의지인데, 지금 그걸 가로막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파 해치고 고민해보는 거예요. 다이어트 심리학도 꼭 필요해요.(^-^)

P 씨 : 네! 그래도 한편으론 어디서 못해 본 속 시원한 얘기를 이렇게 할 수 있어서 기분은 좋네요. 그나저나 저 같은 무력감은 어떻게 극복하신 거예요?(ㅇ.ㅇ)

이 코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잘못된 신념들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하나씩 바꿔 나갔어요. 이를테면, '난 인정받아야 해', '나는 실수하지 않아야 해', '완벽하게 해야 해'와 같은 신념들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런 신념들 때문에 무력감의 늪이 훨씬 깊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실수할 수 있어. 훌륭한 사람들에게 더 배우자. 더 나아질 거야',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부족하니까 더 재밌는 거야'라고 소리 내서 말하고, 써 보고, 또 말하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연습했어요.(^o^)




무력감이 무서운 3가지 이유

우울감이 마음의 감기라면 무력감은 암덩어리다


  다이어트 심리학의 대가, 캐런 R 쾨닝은 30여 년간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내담자들과 상담하며 감정이라는 영양소가 어떻게 우리의 식습관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녀는 총 7가지 감정에 주목했다. 감정이란 본래 감각과 마찬가지로 가치중립적이면서 각각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죄책감ㆍ수치심ㆍ무력감ㆍ혼란ㆍ불안감ㆍ외로움ㆍ실망감은 잘못된 신념에 의해 부정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고 여겼다. 특히, 이 7가지 감정들은 다른 감정들에 비해 음식과의 연관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주된 감정으로 분류했다. 또 그녀는 그중에서도 무력감을 영혼을 망가뜨리는 최악의 감정으로 꼽았다.



당신의 무력감 TEST

1. 작은 스트레스에도 예민하고 화가 자주 난다.

2. 안절부절 못하는 때가 잦고 수면의 질이 낮다.

3.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4.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5. 계획과 달리 어떤 일이든지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

6. 자기혐오에 시달린다.

7. 공상과 망상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

8. 매사에 부정적이고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

9. 타자에 대한 통제나 구속을 통해 안정감을 느낀다.

(타자 : 가족, 친구, 연인, 애완동물, 생물, 식물 등)

10. 딱히 질병은 없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항상 기운이 없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당신은 이미 무력감을 가지고 있다.



중독된다

  무력감은 다른 감정들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막상 그 뿌리는 대단히 깊고 위험하다. 얼마나 위험한 감정이길래 무력감에 빠진 자아를 구원하기 위해 분노와 슬픔이 수시로 다녀간다. 이런 구원 감정까지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학습된 무력감'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예전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사고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반복되는 무수한 생각의 이면에 무력감이 자리 잡는 순간, 생각의 중력은 무력감이 원하는 방향으로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거칠고 쓴맛이 나는 희망의 끈을 간신히 부여잡고 중력을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면, 저 아래에서 달콤한 향을 풍기며 포근한 품으로 돌아오라고 나를 유혹한다. 끝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밧줄을 놓치고 녀석에게로 추락한다. 가까워질수록 썩은 내가 진동하고 포근한 품 대신에 쫙 벌린 시커먼 입이 보인다.


고통이 크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에리히 프롬 역시 다양한 감정 중에 무력감에 주목했다. 그는 사회와 집단이 암시한 자아 경험은 연출된 삶으로 이어지고, 연출된 삶에 허점이 보이고 더 이상 집단의 암시가 통하지 않는 순간 무력감이 터져 나온다고 봤다. 즉, 참된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무력감은 집단 최면에 의해 잠시 의식 밖으로 추방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삶의 기본을 지키고 소유가 아닌 존재에 몰두하려는 자발성이 현실과 충돌하면서 무력감이라는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고통은 너무도 강렬해서 공포나 강박과 같은 불안장애,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증을 동반하고, 또 많은 경우에는 심인성 질환 그 자체가 되어 위장병, 심장병, 당뇨병 등의 성인병까지 일으킬 수 있다.


숨어있다

  무력감은 가랑비에 옷 젖듯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조용하게 마음을 잠식하고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된다. 얼마나 조용한지 실제로 P 씨의 경우처럼 자신이 무력감에 빠져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부수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데만 급급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나는 단지 비판하기 좋아하고 상처가 많은 애정결핍자인 줄 알았다. 심리와 정신을 연구한 현인들의 텍스트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무력감을 부정하며 영 찝찝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무력감 극복하기

무력감에서 깨어나면 세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감각이 외부의 세계를 알려주듯 감정은 내부의 세계를 알려준다. 감정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며 오히려 가치의 중립에 서서 신호등의 역할을 한다. 무력감도 사실 고유의 목적이 있다. 참된 나의 삶을 살라는 내면의 신호다. 헛된 이상에서 벗어나 겸양하는 마음으로 진짜 나로 살아가라는 마음의 외침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감정의 역할을 이해하기는커녕, 되려 감정을 거부하며 감정에 대한 2차 감정에 몰입한다.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정신과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호되게 혼내던 부모님의 유산 덕분에 우리는 언젠가부터 감정은 나쁜 것, 표현해서는 안 되는 것, 없애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즉, 감정을 수용하지 않는다. 무력감이 무력무력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감정 수용하기

  마음의 호수 위로 감정이 떠오르면 일렁이는 물결의 파동을 섬세하게 느껴보라. 그것이 분노든 슬픔이든 그 감정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애써 감정의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 분노에 대한 실망감, 슬픔에 대한 수치심과 같은 2차 감정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감정을 회피할 때나 감정을 수용할 때나 모두 고통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정을 회피하면 2차 감정으로부터 오는 고통과 결국 맞닥뜨리게 될 본원 감정이 가져올 고통의 합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을 때 느낄 고통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어찌 됐든 처음부터 감정을 수용하는 게 덜 고통스럽다는 의미이다.

  또 감정을 수용하기 시작하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이를테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아주 좋다.


이 코치 :  아 또 혁필이가 오셨네, 오셨어

친구 : 응? 누구? 혁필이가 누구야

이 코치 : 아니, 분노의 감정 말이야. 혁필이라고 있어.

친구 : 으.. 응??


잘못된 신념을 올바른 신념으로 바꾸기

  감정은 신념에서 나온다. 신념은 다시 감정과 경험에 기반을 두고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다. 나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되어간다. 극단적으로 아주 특이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비둘기가 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외로움에 사무칠 수 있다. 따라서, 신념의 유형에 따라 감정이 풍부해지거나 강화될 수도, 감정이 메마르거나 약화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 하나의 감정에만 몰입하게 하여 감정의 부작용을 겪게 하는 신념을 잘못된 신념이라고 부른다.

  무력감의 늪에 빠지게 하는 잘못된 신념은 다음과 같다. 주로 어떤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는 주관들이다.


A.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해.

B. 나는 반드시 모두에게 사랑받야만 해.

C.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

D. 현재의 나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나일뿐이야.

E. 절대 실패는 없어.

F. 언제나 행복해야 해.

G. 너에게 준 만큼 너도 나에게 동등하게 줘야 해.

H. 세상은 공평해야 해.

I.  부자가 아니면 무시당할 거야.


  위의 잘못된 신념들을 올바른 신념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무력감에서 멀어지게 해 줄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각들이다.


A'.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B'.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

C'. 세상은 누구의 편도 아니고 스스로 돕는 자가 되자.

D'. 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에 있어.

E'. 실패 없는 성공은 없어 조금 더 발전해 나가자.

F'. 행복은 영원하지 않아 소소한 행복도 중요해.

G'. 너에게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H'. 세상은 누구에게도 공평하지 않기에 참 공평해.

I'. 사람은 결코 돈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돈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되자.


 위의 예시처럼 직접 연습해 보자! 노트 한 면에는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는 나의 잘못된 신념들을, 다른 면에는 그 신념들을 올바른 신념들로 바꿔 써 보자.

잘못된 신념들이 처음에는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감정을 수용하면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떠오르는 신념들에 주목해 보자.


연습하기

  마음도 몸처럼 연습하기에 달렸다. 피아노를 못 치면 피아노 연습을, 춤을 못 추면 춤 연습을 하면 되듯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반복할수록 정말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습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것이다!


노트에 적어 놓은 올바른 신념들을 쭉 말한다. 크게 말해도 좋다.

ㆍ말하면서 내 귀에 들리는 그 말들을 동시에 집중해서 듣는다.

ㆍ다 말했으면 이번엔 쭉 쓴다. 쓰면서 그 의미에 대해 집중한다.

ㆍ다 썼으면 눈으로 쭉 읽어본다. 읽을 때에도 역시 그 의미들에 집중한다.

ㆍ이게 1세트다. 하루에 2세트씩만 해도 3일 정도 반복하면 정말 각인되기 시작한다! 이 마음 연습은 가급적 자유롭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은 잠시 치워놓는 것도 잊지 말자!





별에서 온 당신,

     이 차갑고 넓은 허무의 공간에서

                 함께 해주어 정말 고마워요.

                         당신의 온기가 느껴져요.


                      시간과 욕심의 세상에 가려

        잠시 본래의 모습을 잊었다고 해도

     빛나고 있잖아요. 당신이.

저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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