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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Jan 24. 2022

아침을 꼭 먹어야 해?

데크레센도로 식사하면 살이 빠진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해?

  아침마다 바쁘고 피곤해 죽겠는데, 아침 좀 든든히 먹으라는 영양사 친구의 조언이 얄미웠다. '든든한 아침 식사 = 아침형 인간'이라고 여겼던 나는 아침 식사라는 것은 단지 좀 더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들의 전유물이라고 치부했다.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뇌 활동을 증진시키고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각종 암 발병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접하고 나서도 '신에게는 아직 두 끼가 남아있사옵니다'라고 말하며 뭉그적거렸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거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피곤하기 때문이었다. 아침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5분이라도 더 자는 게 좋았다. 더구나 아침마다 더부룩한 십이지장 속에 무언가를 꾸역꾸역 집어넣었다가는 출근길의 스무 정거장 어딘가에서 급히 하차하여 화장실로 달려가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든 식사패턴이 문제였다. 야근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표본을 자처했던 나는 '저녁 > 점심 > 아침' 순으로 식사량을 유지했다. 마치 고요한 음악으로 시작해 크레셴도를 거쳐 웅장하게 막을 내리는 어느 대서사처럼, 푸짐하고 기름진 저녁 식사는 고생한 내게 하루를 정리하고 위로하는 엔딩크레딧 같았다. 그러나, 밤 9시 무렵에 끝마친 저녁 식사는 다음날 아침까지 뱃살 공장을 가동시켰고 느려진 대사율 탓인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푹 잘 수 없었다. 이러니 아침이 되어도 전 날의 엔딩크레딧은 끝나지 않을 수밖에!


  그러던 중 아침을 든든히 먹으리라 다짐한 건 역시나 살과의 전쟁 때문이었다. 저녁을 아예 굶기로 했다. 남들 다 한다는 간헐적 단식의 대열에 나도 줄 서서 보란 듯이 해수욕장에 입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밤새 배고팠다. 어느 심연의 동굴에서 마이 프레셔스.. 아니 마이 푸드..라고 중얼거리며 절대음식을 갈망하는 골룸으로 변했다. 누군가가 밤새 나를 밧줄로 묶어주면 좋으련만, 식욕은 예상했던 대로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고 또 다른 나에게 처참히 패배하기를 반복했다. 결코 쉽지 않았다.


  한 일곱 번 정도의 전 끝에 저녁을 굶고 다음날 아침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밤새 허기에 시달리느라 늦게 자서 피곤한 건 마찬가지 었지만 아침 식사를 대하는 마음 하나는 달라졌다. 배고프니까 아침을 많이 먹고 싶었다. 새벽 동안 이미 머릿속에 차려놓은 밥상을 식탁 위에 그대로 재현하기까지 불과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아침 7시부터 과식했다. 아침 과식의 여운은 점심 앞에서 나를 소심하게 만들었다. 점심 후 습관대로 달달한 카페모카를 먹긴 했지만, 진한 단맛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퇴근 무렵, 별로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퇴근 후 집에서 TV를 보며 방울토마토 20알을 먹긴 했지만 평소와 달리 엄청 가벼운(?)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불과 2일 전과 비교하여 몸이 훨씬 가벼웠고 또 배고팠다. 아침마다 속이 쓰린 적은 많았지만, '진짜 배고픔'을 느껴본 적이 대체 언제였단 말인가? 비로소 아침을 든든히 먹을 준비가 되었던 거다.


 그날 이후 약 4년이 흐른 지금, 내 식사패턴은 여전히 삼시세끼지만 '아침 > 점심 > 저녁' 순으로 많이 먹는다. 이제 완전히 습관이 되어 아침을 든든히 먹기 위해, 또는 저녁을 적게 먹기 위해 아무 의지력도 필요 없다. 살을 빼기 위해 생활패턴부터 운동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긴 했지만 이런 식사패턴의 변화는 그간의 많은 노력들 중에서도 꽤 기여도가 컸다.


  일일 섭취 칼로리만 놓고 보면 변화 이전과 비슷할지는 몰라도, 이러한 '크레센도 식사법'은 단순히 끼니별 식사량 조절에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영양 구성도 변화시켰다. 아침에는 주로 탄수화물의 비중이 크고 점심에는 단백질과 지방 위주, 저녁에는 비교적 가벼운 식이섬유와 요거트로 마침표를 찍는다. 포만감이 유지되어 주전부리가 많이 줄어든 것은 덤이다. 또한 혈당관리, 인슐린 저항성, 뱃살, 생활리듬, 수면, 체력 등에서 훨씬 나아졌다. 굉장하지 않은가? 이 판타스틱한 식사법을 나 혼자만 알고 있으면 많은 분들이 섭섭해할까 봐 이렇게 열심히 글로 쓰고 있다!


데크레센도 식사법 모식도


위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아침, 점심, 저녁이다.




  데크레센도 식사법

                  <준비>, <적응>, <응용>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준비>

1. 저녁 한 끼를 굶는다. 쉽지 않겠지만 의지력을 동원하여 여러 번 시도해야 한다. 저녁을 굶는 이유는 아침을 먹기 위해서다. 건전한 식욕을 느껴보자. 한 끼 굶는다고 건강을 해치지는 않으니 걱정은 금물!

2. 미리 다음 날 아침 식사 메뉴를 정해 놓는다. 되도록 음식의 종류는 골고루 구성한다.

3. 저녁을 굶기로 한 날은 가능하면 평소보다 생활에너지를 10% 이상 아껴두는 게 좋다. 과로하거나 큰 행사가 있는 날처럼 많은 에너지 소모가 예상되는 날은 가급적 피한다.

4. 비록 한 끼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소중한 저녁을 굶어야 하기에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넘치는 날에는 저녁을 굶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까지 겹쳐 자칫 과식을 초래할 수 있다.

5. 시간 관리를 통해 여유로운 아침을 맞도록 하자. 식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식사 시간을 감안하자.

6. 저녁을 늘 필요 이상으로 먹었기에 살이 쪘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굳은 각오로 의지력을 충전한다.


<적응>

1. 처음에는 저녁을 굶은 여파로 아침을 과식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경우에는 보식이라고 생각하자!

2. 저녁을 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침 식사가 잘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억지로 먹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다. 이틀 정도의 여유를 두고 다시 저녁 한 끼를 굶고 아침 식사를 기다려보자!

3. 아침 식사를 든든히 먹기 시작하더라도 때때로 이전의 식사패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남아있다. 저녁 약속, 회식, 스트레스성 야식, 또는 너무 바빠서 아침을 건너뛰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데크레센도 식사를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실패해도 좋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4. 아침에는 주로 선호하는 음식당길 것이다. 마음껏 먹자. 그동안 부담스러워서 먹지 못했던 많은 음식들이 있지 않은가? 아침에 몰아먹도록 하자. 나는 심지어 아침에 보쌈大자를 먹은 적도 있다! 아 물론, 지나친 가공식품이나 단순당은 다이어트의 근본을 뒤흔든다는 점을 잊지 말자.

5. 아-점-저는 가급적 규칙적인 시간에 먹도록 하자. 불규칙한 식사패턴은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기억하자!

6. 아침 식사는 기상 후 1시간 이내, 저녁은 취침 4시간 전에는 끝내야 한다.

7. 든든한 아침의 여운으로 점심이 별로 당기지 않을 때가 있다. 억지로 다 먹을 필요는 없다. 배부르면 수저를 내려놓자. 다만, 점심을 아예 건너뛰고 '점-저'에 카운터를 날려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점심을 먹어두는 게 저녁을 적게 먹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응용>

1. 데크레센도 식사로 식사패턴이 완전히 굳혀졌다면 당신은 이제 간헐적 단식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1주일에 하루 정도 저녁을 아예 건너뛰면 자연스럽게 18시간 단식을 할 수 있다.

2. 스케줄이 꼬여 아침을 먹지 못했거나 1일 2식을 원한다면 오전 11시 정도에 브런치를 든든히 먹도록 하자. 저녁은 늘 먹던 대로 적게 먹는다.

3. 단백질 파우더나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경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녁 이후보다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먹으면 좋다.

4. 오전에 운동을 많이 하거나 체력이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화를 고려하여 2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아침 식사 시간을 앞당기는 게 좋다. 가령, 오전 8시부터 등산을 한다면 아침 식사는 6시에 끝내자. 오전 활동에 밀려 아침을 먹지 못한 경우에는 '2번'처럼 하자.

5. 야간 근무처럼 낮과 밤이 뒤바뀌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1일 2식이 좋고, '아 + 점= 기상 후 첫 끼니'로, '저녁 = 취침 전 마지막 끼니'로 대체하자. 이 경우에도 식사량은 당연히 데크레센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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