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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Jul 22. 2019

떠나요, 50만원으로 7박 8일 제주여행-마지막

마지막 정류장, 참 함덕

여행의 종착점, 바로 함덕이다.

이로써 지난 2년 간 제주는 대략 모두 돌아본 셈.

(제주시청, 애월협재, 중문, 서귀포, 성산, 함덕)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삶의 주체자는 누구인가? 바로 나다.

나인데... 나도 내 인생 참, 한치 앞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멀리 떨어져 다시 돌아보면 그땐 알까?

'아하? 난 지표대로 가고 있었구나!' 하고 보일까?

최근 2년 사이 이렇게 자주 제주를 찾을 줄 몰랐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마지막 정류장, 참 함덕

이곳은 여행지역 중 가장 기대가 큰 곳이었다.

따라서 짧게 정의하자면 실제로도 원더풀, 따봉!

함덕은 참 여유롭고 참 아름다운 곳이다.

때문에 이번 여행의 제목은

'마지막 정류장, 참 함덕'이다. 레츠'고~!


함덕 숙소

밤엔 조용한 해녀촌 안에 위치한 곳으로 잡았다.

이글거리는 성산 정류장에서 15분간 버스를 기다리고 탑승, 더위를 식히고 멍 여러번 때릴 때 쯤- 도착!

캐리어를 끌며 마을로 들어서자 먼저 보인 것은 개천마냥 바다를 옆에 끼고 있는 시원~한 정자였다.

할머니 셋이 도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낡았지만 밝은 색으로 아기자기 꾸며진 숙소카페.

바다를 제 집 마냥 전세내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여유로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카페, 멍뭉이들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 (날이 흐리다)


나는 본 숙소(카페,도미토리)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별채를 예약했다.

농가를 개조한듯 보이는 서정적인 숙소.

내 기준, 가장 제주다운 함덕이자 숙소다.

제주 숙소

단점도 있었다.

노후한 터라 머리를 감던 중 갑자기 등 뒤에 있던 세탁기 호수가 터지질 않나(심지어 터져나오는 물이 점점 따뜻해지니 뜨거워지면 어쩌나 더 소름), 개미가 쫑쫑쫑 한 마리씩 있질 않나,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아 애를 먹는 등, 난감한 부분은 쪼금씩 있었는데..... 어쩌겠나, 내가 좋아서 고른 걸.

그리고 이해도 한다.

계속해서 관리하려 노력하고있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실제로도 사장님은 본인 업장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 독채에는 2층 침대가 있었다.

게스트들이 술 취하고 2층 침대로 올라갈 때마다 하도 자빠지니, 결국 업체에 새침대 제작을 맡기며 최대한 넓고 튼튼한 계단으로 만들어 달라 부탁했다 한다.

술을 얼마나들 자셨으면 뒤로 자빠지나 했는데,

막상 나도 코코낸내하러 2층 올라가보니 계단이 넓고 튼튼한게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느꼈다.


함덕에선 뭘 먹었을까?

1. 돌문어덮밥, 뿔소라톳 덮밥

성산에 있을 적, 스텝에게 추천받은 곳이었다.

와 이건 너무 맛있어서 함덕 가는 사람 있다면 꼭꼭 추천! 별 다섯개 체크.


*추가

2020년 09월 재방문했다.

분명 재료도 다 그대론데... 톳덮밥에서 그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아쉬웠다.. 곧장 건너편 카페는 외부 구성이 바뀌어버렸다. 카페에선 핸드메이드 소품을 팔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으나 아쉬웠다.

(밥집은 더이상 재방문 의사 없음)

가격 참 사악한 메뉴
바다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
기본 찬(짠지와 젓갈 b)
돌문어 덮밥 17,000원
뿔소라 톳 덮밥 15,000원
전체 샷
싹3

13시 쯤 방문했다.

원래는 돔베라면을 먹으려 했는데, 전화해보니 무슨 웨이팅이 두시간 반이란다.

이곳은 미리 전화드리니 바로 자리도 잡아주시고 방문해보니 회전율도 빨랐다.

돌문어덮밥은 좀 매웠는데, 먹은 친구 말로는 소스가 맛있다고 했다.

나는 뿔소라 톳 덮밥이 취향 저격.

야채도 많거니와 고슬한 밥에 베이스로 시작된 듯 은은히 풍기는 버터 향과 쫄깃한 뿔소라. 와우


.....갑자기 진지한 얘기 잠시 하자면,

솔직히 제주 여행내내 느끼는 건데

제주 물가 너무 비싸다. 정말 더럽게 비싸다.

한 끼에 15,000원에 아메리카노 8,000-10,000원

괜찮은 식사 해볼라면 둘이서 7-10만원.

이건 뭐 서울에서 해산물 먹는거나 제주 현지에서 먹는거나 또이또이. 아무리 관광지라도 종로에서 닭꼬치 7,000원으로 덤탱이 맞는 듯한 이 기분.

세상물가 몰라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암튼 너무 비싸다. 게하가 2만원인데 밥값이....  (입꾹...)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뿔소라 톳밥 돌문어 덮밥 꼭먹기! 나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가격이 떨어질 일이 없겠지...ㅠ


2. 카페

1.번의 덮밥 집 바로 옆 너무나 좋은 카페가 있다.

드러누워 적적한 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카페가.

2-3시간은 누워서 정말 가만히 있었는데 여유롭고 참 좋았다.

만약 앞으로 집 대출 받아 살아야 한다면 꼭 이곳에서 살아야겠다. 하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곧장 부동산을 조금 뒤적여 봤는데 대략 10억.

10억???

나 비록 지금은 50만원에 여행하지만....

머릿속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조금 시켜본다.

'난 큰 돈을 벌어 이곳에서 사는 날이 올 것이다.'

과연-

카페
한라봉 에이드 8,000원 아메리카노 6,500원
대략 이런 여유

5일쯤 되니 발도 타고 손도 타고 얼굴도 탔다.

썬크림을 사정없이 뿌려댔지만 탈 수밖에 없었겠지.

다시 육지로 돌아가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알릴 손톱도 잘라야한다.


3. 한치 물회와 옥돔

함덕해수욕장을 가기 전, 한치 물회와 옥돔을 먹었다. 나는 시골이 산이요 집은 경기도, 왔다갔다는 서울인지라 생선이라 함은 (고등어 갈치 꽁치 가자미) 정도밖에 모른다.

옥돔은 마치 구수하고 쫄깃한 보리굴비 맛이 났다.

얘가 옥돔이구나! 하며 앞으로는 기억할 수 있는 맛이다.

한치물회. 나는 한치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꾸덕꾸덕한 맛도 별로고 식감도 그렇게 특이하지 않아서 한치는 반건조로 말려 소스에 찍어먹는게 딱이다. 새콤달콤 했던 물회는 의외로 밥까지 말아먹으니 꿀맛!

한치물회
옥돔구이(이래봬도 살 많다)


4. 게하파티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를 하는 곳이 꽤 있다.

첫 날은 최소 인원이 맞지 않아서 파티는 하지 않았다. 대신 스텝들이 낚시갔다 잡아 온 고기로 끓인 매운탕, 돌아오는 길에 사온 회, 족발을 나눠 먹었고

우리도 치킨과 술을 사와서 같이 나눠먹었다.

(치킨 16,000원 마트(과자 술 등 40,000원)

*모든 가격은 2인 기준이며 치킨과 마트값은 같이 먹은 게스트들과(나 포함 총 4명) 나눠 계산.


먹다보니 술이 부족하여 순한 한라산 추가구입

(소주 2병 7,000원)

각종 회
함덕 첫날 저녁

그리고 둘째 날. (함덕의 마지막 날)

1차 파티 15,000원 / 2차 생맥 무제한 10,000원

오늘 잡은 흑돼지 고기로 파티를 즐겼다.

말고기 이후로 가장 맛있는 고기!!

그리고 스텝이 끓어주신 김치찌개와 궁합은 이루말할 수 없다. 실제 여행 다녀온 후 며칠 간 같이갔던 친구는 한동안 '돼지고기에 김치찌개 먹고싶다.'를 외쳤다. 다 먹은 후에는 공포의 후크선장 칼찌르는 게임으로 설거지 당번을 정하며 다같이 뒷정리 후 즐겁게 2차 돌입.

제주는 워낙 습하기 때문에 한-두시간만 지나도 과자는 눅눅해져 못 먹게 된다.


2차 게하는 밖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했다.

제주의 마지막 밤이었다. 이곳에선 술이 술술 들어간다. 순한 한라산 소주를 추가구입해 마셨다.

(카페 내 소주 구입, 3,500원)

고기냄새 맡고 한없이 바라보는 멍멍이
2차는 야외!
현지 수박통통
저멀리 밤을 밝히는 한치와 갈치배들

게하에서 만난 또 새로운 인연에 대해서도 쓸말이 많은데... 아쉽게도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생략하려 한다. 차라리 '게하파티'를 따로 빼어내 다음 글에 쓸 걸 그랬나보다. 대략 큰 맥락을 말하자면 우리는 남녀노소 나이불문 여유를 찾고 있고. 찾고자 하여 떠난 이들과 약속이나 한 듯 제주에서 만났다.

정말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한 여름밤의 꿈처럼 친해질 수 있으며,

우리는 입을 모아 말한다.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당신의 가장 재밌는 여행은 시작된다고.



돌아가는 비행기 창밖으로 제주가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일주일간 나를 얼마나 찾았는가,

그동안 조급하고 불안했던 나에게 이 여행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미숙한 다짐으로 집에서 해도 될 휴식을 괜히 제주까지 와서 설친 건 아닌지.

여행하는 동안에도 한 번씩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김포행 비행기가 떠오르고.

제주가 마침내 구름에 가려지는 동안

상처받고 불안에 떨며 웅크려 있던 내 안의 아주 작은 보석하나가 말했다.

"괜찮아. 넌?"


제주에 다녀온 후,

절대 안 될 것만 같았던 밤낮이 바뀌었다.

곁을 스쳤던 그 모든 순간이 반짝이길


또다시 떠나는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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