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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국적 소녀 Oct 12. 2023

약물검사에 걸렸다구요?

미국 회사 입사를 위한 마지막 관문

이전 글에서 말했듯, 리크루팅으로 점철된 2년간의 MBA 생활을 마치고 나는 졸업을 했다.

채용 오퍼는 12월에 받았으나 약 6개월 간의 자유 시간을 가진 후, 이제 막 한기가 풀리고 여름 분위기가 나기 시작하는 6월 중순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약 2주간 미국 로드트립을 하고 한국에 들러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을 만났다.

앞으로 일을 하게 되면 한국에는 더 자주 못오게 될테고, 온다 해도 짧게 휴가를 내서밖에 못올테니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꽉 채워서 한국에 있다가 오려고 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입사 첫 관문'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돌아와야 했다. 바로 약물 검사였다.


그래서 급하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거처로 이사를 하고 이것 저것 세팅을 끝낸 후 약물 검사를 위한 준비를 했다.




회사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우리 회사는 제3자 플랫폼을 통해 신원 조사 (Background Check)와 약물 검사 (Drug Screening)을 진행했다. 회사가 이 플랫폼을 통해 나에게 메일을 보내면, 나는 그 메일을 받은 후 6일 이내로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제출하고, 약물 검사를 완료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약물 검사는 집 주변에 있는 여러 검사소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예약한 후 방문하면 되는 예약제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 공채 합격 했을 때는 마지막 관문이 '신체 검사'였는데, 그것 또한 나름 긴장해가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약물검사를 하기 몇일 전에 술을 마실 일이 있었는데 괜히 혼자 찔려서  술도 약물 검사에 걸리는지 폭풍 구글 검색을 했다. 그렇게 나름 긴장(?)을 한 후 예약한 센터로 약물 검사를 하러 갔다.


센터 내부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셀프 체크인을 하고 이것저것 대답한 후 기다리다가 검사소로 들어가면 되는데, 검사소에는 화장실 하나가 떡하니 있다. 그리고 약간 필름통 같이 생긴 것을 주며 일정양 이상의 소변을 받아오라고 시킨다.


생각보다 놀란 것은 그 요구되는 소변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온 터라 매우 당황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결국 그 양을 채우지 못했고 다시 쫓겨나 로비에 앉아 물을 들이키며 기약없는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려야 했다. 로비에 앉아 물을 들이키기 거의 한 시간째, 약간 느낌이 와서 부리나케 요청을 드린 후 다시 약물 검사에 임했다.



그렇게 검사를 완료한 후 집에 돌아와 입사일을 기다리기를 몇일이 지나고, 어느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 여보세요?

HR: 응 여기 XX 회사인데, 네가 했던 약물검사 결과가 Negative Dilute로 나와서 연락했어.

나: 그게 뭐야?

HR: 샘플에 물이 너무 많이 희석되어 있어서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거야. 다시 약물 검사를 해야 해.

나: 아 그때 너무 물을 많이 마시긴 했어. 미안해.

HR: 이 전화를 받고 24시간 이내로 다시해야 하는데 가능해?

나: 응. 내일 아침에 다시 갈게.



그렇게 약물검사 재요청을 받고야 말았다!

지금에서야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당시 나는 굉장히 마음이 쫄아 있던 상태라 뭔가 큰일이 난 줄 알고 심장이 벌렁거렸던 거 같다. 게다가 입사일이 1주일밖에 안남은 상황이라 타임라인이 굉장히 촉박했다.


그래서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열심히 양을 모아(?) 다시 검사 센터에 가서 약물 검사 샘플을 제출했다. 이번에는 별 실수 없이 제대로 되야 할텐데.. 하며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도, 너무 적게 마시지도 않으려 매우 노력했던 거 같다.   




하지만 몇 일을 기다려도 결과가 나오질 않았다. 입사일은 당장 몇일 후인데!



그렇게 몇일 후, 회사 HR에서 메일이 와서 약물 검사 결과가 안나왔으니 입사일을 미뤄야 할거 같다고 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3자 플랫폼에서 내 2번째 검사 샘플을 못찾고 있는 중이라며 늦어지고 있다고, 관련 영수증 (receipt) 같은거 받은게 있다면 공유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받아 놓은 증명서 같은게 있어서 바로 스캔해서 보내주긴 했으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결과를 기다리는 몇 일 동안 방구석에 누워 여름날을 즐기지 못하고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면서 마음을 태웠던거 같다. (걱정봇ㅠ)


다행히 제3자 플랫폼에서는 내 샘플을 찾을 수 있었고 결과는 Clear!였다!





당시 받았던 이메일


                    




그렇게 입사 마지막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첫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본격적인 출근 후 적응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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