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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국적 소녀 Oct 01. 2023

미국 MBA와 현지 취업

길고도 험난했던 미국으로의 이직 여정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1년 여름, 나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취업이라는 목표를 갖고 떠나온 MBA 여정의 시작이었다.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의 약자로, 경영전문대학원을 일컫는다. 

경영학 석사과정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Master는 Master이니), 일반 석사와는 다른 점이 있다.



1. 학문의 배움보다는 실질적인 경영지식의 습득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 경영학 석사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나만의 시각을 갖고 깊이있게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MBA는 직장경력이 2-3년 이상 있는 직장인들이 조금 더 경영지식을 습득하고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는 곳에 가깝다.


2. 학자의 길을 가기보다는 연봉을 높혀 재취업 하거나 다른 직군으로의 이직 (pivoting)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 경영학 석사는 Phd 과정으로 연결해서 계속 학문을 정진해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MBA 학생들이 또 다른 고등 교육과정으로 학자의 길을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이전 직장에서 받는 연봉을 높혀서 재취업을 하려고 하거나, 본인이 일하던 직군과는 다른 직군/산업으로 이직 (Career pivot) 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3. 그러다 보니 같은 2년*을 보내더라도, MBA의 경우는 '취업준비'에 포커스가 많이 된다.

일반 경영학 석사는 '공부'를 하는 시간이 많은 대비, MBA는 2년의 시간 중 80% 정도를 취업준비에 쏟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졸업 요건으로 논문 제출 등도 요구하지 않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GPA를 달성할 필요도 없다. 채용하는 회사에서도 GPA를 딱히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고, 학점이 비공개 (Non-disclosure)인 MBA도 많다보니, 보통 수업 공부는 뒷전이고 당장 취업전선에 필요한 여러 스킬을 취득하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따라 1년 과정도 있다.



그렇다.


나도 직접 오기까지는 이 정도인줄 몰랐다. 정말 MBA에서 '취업준비'를 뺀다면 정말 팥 없는 붕어빵이 되는 격이었다. 물론 학교에서 홍보를 할 때는 다양한 수업을 통한 지식 습득, 클럽 활동을 통한 사교성/네트워크 증진, 문화 교류 등 다양한 장점을 어필하지만 실제 MBA 학생들은 동의할 것이다. 그들 관심사의 80% 이상은 '취업, 그리고 취업'이라는 것을. (아마 나머지 20% 조차도 '연애/mate찾기'가 아닐까? 결혼한 사람 제외.)


이렇게 취업에 혈안이 된 것에는 사실 이유가 있다. 바로 MBA의 어마어마한 학비다.

미국 MBA의 1년 학비는 평균 $61,800라고 하는데, 즉 1년에 7천-8천 정도의 금액이 학비로 나가는 것이다. 

총 2년 과정인데다가 또 이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생활비는 별도이니 그 재정적 부담이 얼마나 될지 대충 가늠이 될 것이다. 아무 것도 안 사고 안 쓰고 거지처럼 살아도, 렌트비+학비만 2억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가방끈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싼 학비를 내고도 왜 MBA에 진학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일까? 바로 MBA 졸업 후의 '기대 연봉'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미국 MBA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115,000 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의 2023년 median salary는 $175,000 이고 졸업 후 취업률은 97%에 달한다. 체감상 'MBA 졸업 후 연봉 = 총 2년 학비' 정도의 공식이 얼추 들어맞는 것 같다. 그러니까 MBA라는 과정 자체가, 2년 학위 수여 후 약 1.5년 정도의 기간을 일을 하면 손익분기점 (breakeven)이 나오는 치밀하게 (?) 설계된 학위 장사 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에 모든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장학금이나 스폰서십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받고 온 친구들은 조금 더 여유롭게 다른 목적을 갖고 즐길 수 있긴 하겠지만.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나의 2년은 어땠을까.


리크루팅 속에 피곤한 흔한 MBA 학생




보통 석사 유학을 간다 하면 '공부는 어때?' 라고 많이들 물어보곤 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공부하지 힘들진 않니' '수업은 어떠니' 등에 초점이 맞춰진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부는 안합니다. 그저 회사 인사담당자들과 1:1 커피챗을 약 n번 정도 하고 레쥬메를 수정하고 인터뷰 준비를 하지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받아왔다.



아래에서는 MBA를 통해 미국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거치는 3관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네트워킹 (a.k.a. 이벤트, 커피챗, and 무한반복)


처음 미국에서 취업준비를 할 때 가장 적응이 안되고 힘들었던게 이 '네트워킹 문화'였다. 단순히 공고가 뜨면 지원을 하고 인터뷰에 선발되면 면접을 보는 과정이 아니라, 그 전에 예비 과정으로 '네트워킹'이라는 단계가 있는 분위기이다.


네트워킹은, 보통 회사 설명회를 가거나 주변 지인 인맥을 이용해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1:1 대화 기회를 얻어내어 자신의 구직의사를 밝히고 회사 정보를 들으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렇게 관계를 구축해 놓으면 회사 내부의 인사팀이 해당 정보를 수집하고, 추후 서류 통과를 시킬지 말지를 결정할 때 참고한다.



우리 학교는 9월에 학기를 시작했는데, 학기를 시작하기 무섭게 온갖 회사에서 학교로 취업설명회 (Company event)를 오고 취업 박람회 등이 계속 주최되었다. 게다가 한 회사당 설명회가 하나가 아니라, 연속으로 5-6개를 주최하기도 하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골라 선택적으로 별도 이벤트에 초대하기도 한다. (Closed event) 이렇게 비공개 이벤트에 초청받은 학생들은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자신이 High Potential임을 은근 알리기도 하고, 그런 비공개 이벤트에서도 끊임없이 네트워킹과 커피챗을 해서 회사의 임원들과 개인적인 1:1 커피챗 기회를 얻어낸다거나 다른 비공개 이벤트 / 저녁식사 자리에 연속으로 초대된다거나 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과정은 몇 개월에 걸쳐 지속되며, 심지어 리크루팅이 끝나고 오퍼를 받은 후에도 그 회사 사람들과 연결하여 미리 자신을 알리고 관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는다. 입사하고 나서도 전체 커리어에 걸쳐 네트워킹은 절대적이며, 미국 사회에서 네트워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네트워킹에 적응하는 동안, 한국과의 문화차이를 깊이 체감할 수 있었고, 그 차이를 극복하는 데는 생각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적응을 하면 할수록 이것이 어떤 능력의 차이라기 보다는 문화 차이에 가깝다고 느꼈던 것 같다. 한국은 좀 더 일만 잘하면 되고 얼마나 '알잘딱깔센'으로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미국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둥글둥글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그런 사교성과 대인관계 능력 (interpersonal skill)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다.





2. 레쥬메 (이력서)


초반 약 3-4개월 정도 네트워킹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레쥬메를 계속 다듬어야 한다. 애초에 MBA 학생들은 학교에 지원할 때 이 1페이지 레쥬메를 내기 때문에 이미 자신의 레쥬메가 있지만, 그것을 거의 처음부터 뜯어 고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계속 사람들에게 자신의 레쥬메를 보여주고 어떤 부분을 고치면 좋을지 수정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를 꼼꼼하게 피드백 해주고, 문서의 규격이나 글씨 크기 등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노력을 가한다. 


이것 또한 입학하자마자 (또는 그전부터) 준비하기 때문에 2학년 선배들에게 피드백을 받거나, 알럼나이 (졸업생) 혹은 회사 재직자들에게 부탁하곤 하는데 사실 그들도 매우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친분이 있지 않거나 정중하게 부탁하지 않으면 그리 좋지 않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3. 인터뷰 준비 (면접)


이렇게 네트워킹을 하고, 레쥬메를 다듬어 지원하고 나면, 인고의 시간이 온다. 무한한 기다림. 한국처럼 딱 언제 서류 합격 발표를 해주겠다고 공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언제 서류 통과의 여부를 알 수 있는지가 미지수다.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 회사도 많다.) 물론 어떤 직군타입이냐에 따라 좀 더 확실하게 정해진 경우도 있지만 (IB/컨설팅), 일반 회사나 테크 회사의 경우 조금 더 비규격화 되어 있는 경향이다.


그냥 계속 리크루팅을 하며 기다리다 보면 어느 날 메일이 띡 하고 오는데, 합격이거나 불합격이거나 둘 중 하나다. 보통 제목부터 티가 나거나, 아니면 'Status Uptate' 등 중의적인 경우일 때도 있는데, 메일을 열어 빠르게 스캔해보면 Unfortunately... Regret... Next time... 등의 단어로 장식된 불합격 메일일 수 있고, 아니면 Congratulation!으로 시작하는 인터뷰 인비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인터뷰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절대 끝이 아니다. 초청을 받기 훨씬 이전부터 어느정도 일반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미리 답을 짜놓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위해서 여러번 Mock Interview를 보는 준비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회사에 따라 Case Interview나 Technical Interview처럼 업계 지식을 요구하는 인터뷰를 보는 경우, 입학하자마자 9월부터 그 준비에 들어간다. 대대적으로 미리 인턴을 경험한 2학년들이 5-6주 과정의 그룹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인터뷰 준비 팀을 짜서 2학년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Mock Interview를 봐준다.


인터뷰 인비를 받으면 이제 더욱 더 타이트하게 Mock Interview를 보며 면접에 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보통은 인비를 받고 1주 정도 이내로 1차 면접을 보고, 이후에 2차 3차로 이어지곤 한다. 이 과정에서 Written Assignment를 주거나 Presentation을 시키기도 하고, 회사마자 면접의 방식은 천지 차이다.



놀라운 것은 입학하자마자 벌어지는 이 모든 과정이 정규직 (Full-time)이 아닌 여름 인턴십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MBA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시작하기 전에 긴 여름방학을 맞는다. 이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인턴십을 하는 것이 MBA 졸업 요구 조건인데, 이 인턴십은 보통 채용전환형일 때가 많아서 이걸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정규직 (Full-time)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전환이 안되더라도 추후 2학년이 되어 정규직 준비를 할 때 회사들은 이 학생이 여름 인턴을 어디서 했는지를 유심히 보곤 한다. 그래서 '여름 인턴십' 취업 준비를 마치 Full-time처럼 진지하게 열심히 하고, 채용이 안되면 다시한번 Full-time에 도전하는 분위기다. 내 경험상 그 열기는 거의 스카이캐슬을 방불케 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입학하고 1년이 조금 지난 2022년 가을에 정규직 오퍼를 받았다. 대부분의 MBA 학생들이 이 시기에 취업을 확정짓고 그 다음부터는 '휴식기'에 들어가곤 한다. (그저 여행가고 술먹는 일상의 연속...) 오퍼 레터에 사인을 하고 나면 번복하기 어렵기도 하기에, 이 시기가 되면 샷따를 내리고 그간 취업 때문에 등한시 했던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수업, 친구관계, 등)


하지만 졸업 직전까지 리크루팅을 하는 학생들도 많고, 나도 오퍼를 받고도 계속 인터뷰를 보긴 했다. 하지만 보통 MBA 채용을 하는 회사들은 채용을 거의 1년 전에 끝마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졸업 시기가 다가올 수록 Just-in-time 채용 회사들의 공고가 그때그때 올라오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 좋은 롤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MB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이직을 한 경험을 적어보았다. 이런 루트가 아니더라도 바로 한국 회사에서 미국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으며, 다른 루트를 통해서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 취업의 하나의 경우의 수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앞으로는 본격적인 일 시작 후 90일간의 고군 분투기를 이어서 연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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