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뭐길래, 육아는 요지경

by 주부맥가이버

43살에 늦둥이로 둘째 아이를 갖고 병원을 다닐 때이다. 의사가 내게 묻는다. 양수검사 하실 거죠? 뱃속으로 마취도 없이 커다란 주삿바늘을 꽂는다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아이에게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올까 봐였다. 집에 가서 다음 진료 전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하곤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진료에 가서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나 정상이 아니면 아기를 지울 수 있는 거냐고. 의사의 답은 NO였다. 현행법 상 불법이란다. 그렇담 대체 양수검사를 왜 하는 것일까? 아이가 정상이 아니더라도 낳아야 하는 것이면 대관절 그 위험한 검사를 왜 하는 거냐는 말이다. 그래서 난 그날부로 아이의 상태에 대해선 깨끗이 잊어버리고 양수검사 따위도 하지 않겠노라 결심했었다.


오늘 아침 그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며 아이와 20분간 실랑이를 했다. 20분이 2시간과도 같았다. 등골에서, 콧잔등에서 식은땀이 뽀골뽀골 올라오고 있었다. 장난감 박스 한가득 넣어진 장난감들 모두 유모차에 밑 바구니에 넣으란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열 개가 넘는 장난감 자동차며 블록을 넣는다는 데서 나는 이미 꼭지가 돌아버렸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애가 정상이 아닌가?,라는 심장이 덜컥하는 물음이다. 너무 멀리까지 간 질문인 거 안다. 내 자식이 그러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애써 내 아이는 정상범위 안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오차범위 내 경계선에라도 위치하는 걸 것이라며 내 마음을 다독인다.


육아를 하다 보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세상은 요지경. 육아는 요지경이다. 미쳐버리고 돌아버릴 것 같은 때가 너무 많다. 세트처럼 떠오르는 노래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이다. 정말 오십을 바라보며 살아도 나를 모르겠는데 그 아이 속을 내가 알 리가 있냐는 말이다. 북에 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처럼 모두 도발적인 발언들임을 알고 있다. 내겐 육아가 아름답지도 즐겁지만도 않다. 그저 살아내는 것이 육아이고, 견뎌내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다.


서른 살부터 그렇게 나를 찾아 떠나려는 시도를 했다. 심리공부도 해보고, 마음공부도 해보고 나 홀로 강연도 들으러 가서 맨 앞자리에 앉아 강사의 침세례를 받으면 그저 마음에 위안이 되곤 했다. 그러면서 잘 몰랐던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깨달았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결론엔 도달했지만 나는 그럴 깜냥은 안 되는 사람이란 걸. 결혼은 했지만 결혼생활도 녹록지 않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것의 곱절로 힘들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는 나란 사람.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은 늘 나 자신의 벽을 허물어뜨려야 한다는 명제 하나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난 그러기가 싫었다. 가끔은 포기했지만 어떤 날은 죽도록 포기가 되질 않았다.


첫째 아이를 어찌 키웠는지 가물가물해질 때쯤 둘째 아이를 낳았다. 딱 8년 만이었다. 한번 해봤으니 약간은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둘째는 나 못지않게 자신의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란 걸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나보다 작고 여리고 보들보들한 그 녀석의 고집은 실로 대단했다. 엄마에게 절대 지지 않는 놈이다. 그런 녀석을 키우며 내 입에선 내 팔자야, 내 업보야 이런 단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어쩌랴. 내 새끼인걸.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듯이 자꾸 나는 조그만 녀석에게 패배당한다. 엄마의 고집대로 해서 너도 힘들겠지만 이 엄마도 죽겠다고 속엣말을 중얼거리기 일쑤다.


내가 쓰는 육아일기 주인공은 아이가 아니다. 바로 나다. 나의 육아일기다. 나도 아직 덜 자란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꼬꼬마 녀석과 매일 피 터지게 싸움을 하고 있으니 내 속에 턱 하니 자리하고 있는 애는 필시 열 살쯤 되었을 것이다. 자라나는 애만 힘드나? 아니다. 엄마도 겁나 힘들다. 성인이 되고 나서 엄마 원망을 밥먹듯이 했다. 어린 시절 엄마는 내 맘을 몰라주고 우는 나를 한번 따뜻하게 달래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애를 키우며 그보다 더 잘하는가? 물어보면 답이 빨리 안 나온다. 나는 보통 이하의 엄마이다. 괜찮은 엄마가 아니라 그냥 엄마인 것이다. 난 내 아이를 위한 육아일기 따위 쓰지 않을 것이다. 오롯이 나만의, 나를 위한, 나에게로 닿을 수 있는 내 육아일기를 쓰기로 다짐한다.


요즘 난 스스로에게 성장기라 말한다. 백일아기 마냥 잠도 쏟아지고 식욕도 넘쳐난다. 왠지 푹 자고 일어나면 내 작은 키가 이메다(스카치테이프 3M 아니고 2M)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맘이 쫄깃하다. 내 육아일기를 쓰다 보면 어느새 내가 더 단단하게 자라고 아이에게 보통의 엄마 거기 어디쯤 되지 않을까 하는 작고 소중한 꿈을 꿔본다. 아이보단 엄마, 엄마보단 나 자신이다. 육아로 듬성듬성 자라는 콧수염, 다리털, 겨드랑이털을 돌보지 못해 그것들이 아우성을 쳐도 내가 여자라는 사실만큼은 결코 잊지 말자.


백일아가 두찌야, 엄마도 지금 백일아가마냥 기냥 먹고 자고 싶거든!!! ㅎㅎㅎㅎㅎㅎㅎ 이메다 될꺼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