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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 Apr 09. 2023

화려하고 별난 액션의 향연

<동경공략> (東京攻掠, Tokyo Raiders, 2000)

한낮의 도쿄 뒷골목과 삼바 풍의 경쾌한 BGM을 배경으로 한 액션 신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영화가 시작된다. 회색 코트와 모자, 그리고 희한한 모양의 탈부착 선글라스를 걸친 양조위는 흡사 가제트 형사처럼 난데없이 등장해 그를 공격하는 악당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3단으로 길이 조절되는 전기봉, 뚜껑을 따면 칙 소리를 내며 연기를 뿜는 캔 모양의 연막탄, 바닥에 던지면 끈끈이 풀이 생기는 용액이 든 플라스크 등 기상천외한 개조 무기들로 차례차례 괴한들을 제압하고, 자기를 향해 비아냥대는 거구의 악당에게 어설픈 일본어를 내뱉고 의기양양하게 골목을 벗어나는 그는 바로 임귀인(양조위 분)이다.

각자 다른 의도로 도쿄에 당도했으나 목적은 같은 탐정, 약혼녀, 인테리어 업자가 한데 모여 작전을 시작한다. 이들이 어쩌다 트리오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가는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고, 느슨한 전개에 집중력을 잃을 때쯤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액션 신들은 허술한 스토리의 빈 부분을 채워준다. 초반의 시퀀스를 요약한 앞 내용에서 알 수 있듯, 흔한 액션 영화는 아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를 생각하며 영화를 보다가도, 잊을 만하면 B급 요소가 툭툭 튀어나와 실소를 자아낸다.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망치는 임귀인을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로 쫓는 조직원 간의 추격 신은 우스꽝스러우나 박진감 넘친다. 직후 이어지는 일본 도심 한복판 위 대형 차량에서의 액션 신과 폭발 신, 영화의 절정을 알리듯 끝자락에 등장하는 모터보트와 제트스키를 동원한 수상 신까지 홍콩 현지 촬영이 아닌 일본 로케이션 촬영을 했음에도 거대한 스케일과 이에 적절히 스며든 액션은 훌륭한 눈요깃거리가 되어준다. 홍콩 액션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빠르고 화려한 무술부터 수륙을 불문하고 벌어지는 대규모 액션까지,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종류의 액션을 한데 엮어 놓아 팝콘과 함께라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출연진도 눈을 끈다. 홍콩의 스타 배우들인 양조위, 진혜림, 정이건이 세 명의 주연 인물을 맡고, 일본의 유명 배우인 아베 히로시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라인업은 작품의 아쉬운 점을 상쇄한다. 그리고 그들의 연기는 산만한 전개를 눌러주어 균형을 맞춘다. 무엇보다 양조위의 코믹 연기가 가장 인상 깊다. 사연 가득해 보이는 그의 눈빛은 코미디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중간히 붕 뜨는 느낌 없이 진지하고 가식없이 웃음을 준다. 만약 양조위의 팬이라면 영화가 그다지 재밌지 않아도 그의 연기를 감상하며 끝까지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빛나는 외모는 덤이다.


뒤통수에 뒤통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흐릿하게 진행되던 내용이 명확해지고 활기를 띠는 작품이다. 조금은 상큼하게 예상을 벗어나는 작품을 보고 싶거나, 배우들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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