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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Ed Jul 16. 2019

상하이 드래곤즈의 우승

<오버워치 리그> 만년꼴찌의 화려한 반란

지난 3월 브런치에 상하이 드래곤즈의 1승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오버워치 리그>의 작년 시즌부터 올해 3월까지 무(無)승 42연패를 기록한 팀 '상하이 드래곤즈'가 눈물의 1승을 거뒀다는 내용이었다. 오버워치 리그의 조롱거리이자, 만년 꼴등팀였던 상하이 드래곤즈가 1승의 감동을 넘어 이제는 2019 시즌 스테이지3 우승팀이 됐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3 우승장면

상하이 드래곤즈가 스테이지 우승까지 거머쥘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그저 이제는 지나친 비웃음을 당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 상하이 드래곤즈가 오버워치 리그의 절대 강자 뉴욕 엑셀시어와 3-3조합(고츠 조합)의 최강 벤쿠버 타이탄즈를 차례로 이기고 스테이지 3 파이널에 진출하다니. 엑셀시어와 타이탄즈를 넘어 파이널에 도달한 드래곤즈는 결국 샌프란시스코 쇼크를 이기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3탱 3힐을 파라같은 시원한 딜러 캐릭터로 돌파하는 전략은 정말 멋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략 상의 문제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구리(Geguri) 선수가 거의 출전하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선수진으로 재정비하기 이전, 만년 꼴등팀 시절부터 팀을 굳건히 지켜온 선수인데 말이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현재 전략으론 디바가 설 자리가 없어, 게구리 선수의 활약을 많이 보지 못 한 점이 아쉽다. 출전은 많이 못 했지만 누구보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스테이지 우승을 기뻐했을 선수다.


우승을 기뻐하는 상하이 드래곤즈 선수들


상하이 드래곤즈의 1승과 우승을 축하하며 글을 두 번이나 올린 것을 보면 내가 드래곤즈의 굉장한 팬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엄청 그렇진 않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몸 담고 있고, 못 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모습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내가 상하이 드래곤즈에게 감정 이입하며 계속해서 지켜본 이유는 어쩌면 드래곤즈에게 내 모습을 비춰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서 1승이라도 해서 조롱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우승이라는 거대한 보상까진 이 팀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나도 그저 실패자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대단한 것을 이룬다면 좋겠지만 나부터가 스스로에게 그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여전히 42연패 꼴등팀이어도 1승이란 위안을 얻은 것처럼 나도 그 정도라도 이뤄내길 바랐다. 상하이 드래곤즈가 스테이지3에서 우승했다. 그랜드 파이널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성과다. 나도 1승을 간절히 바라던 초라한 사람에서 조그맣게라도 우승을 거머쥔 사람이 된 기분이다.


지난 3월 겨우 1승 하나 기록한 팀에서 4개월 후, 리그 최강팀으로 우뚝 선 상하이 드래곤즈. 이런 반전이 있기에 우린 스포츠를 보고, 게임을 하는걸까? 이런 반전이 있기에 우린 인생을 계속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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