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암에 걸리다, 젠장 걸리자마자 말기라뇨?

by 윤슬

이야기의 시작은 2015년 여름이다.


7월 초, 급성충수염으로 시술을 받게 되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퇴원 후에도 어지럼증이 심해 회사에서 일하기가 버거웠고, 밤이면 열이 올랐다. 원래 맹장수술이 이렇게 힘든 거냐며 주변에 푸념을 하였다.


열과 심한 두통이 지속되어 재검사를 받았는데, 담당의사로부터 일요일에 전화가 왔다. 그는 월요일 오전에 바로 대학병원 혈액내과에 예약을 잡으라고 일러주었다. 주말에 의사에게 받는 전화와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이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그때만 해도 잘 몰랐다.


두 곳의 큰 병원에서 같은 병명이 나왔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그날은, 회사에서 해외지사 발령을 받아 출국하기 이틀 전이었다.

이미 해외이사 업체를 통해 이삿짐을 보냈고, 비행기표 구입은 물론 그곳에서 집을 구하기 전 지낼 호텔에 결제까지 마친 상태였다. 일 수습을 위해 해외를 다녀와 입원을 하겠다는 내게 의사는 건조한 얼굴로 폭탄을 날렸다.


“지금 나가시면 사망합니다. 바로 치료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명이 2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암입니다.”


급성백혈병은 혈액암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병이며, 고형암처럼 기수를 나누지는 않지만 발견 즉시 말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암이라 한다.


땅이 빙빙 돌아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무수한 항암제를 몸에 쏟아부었던 항암치료, 피부가 잘 익은 불고기 색이 될 때까지 받았던 전신 방사선 치료, 동생의 피로 조혈모세포이식술까지 마치고 퇴원하던 날, 서울 하늘엔 눈발이 날렸다.


하늘거리는 민소재 원피스를 입고 '약 받아서 어서 집에 가야지.' 가볍게 생각하며 잰걸음으로 들어간 병원이었는데, 그날 이후 난 한참 동안 병원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골수검사를 받고 응급실로 내려가 끔찍한 그곳에서 일주일을 버텼다. 일주일 만에 겨우 병실을 받아 입원을 하고,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앙상한 몸에 롱패딩과 목도리를 담요같이 두르고 휠체어에 앉혀진 채 병원을 빠져나왔다.


달력의 '년' 숫자는 바뀌어 있었다. 퇴원 후에도 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몇 번이나 응급실을 오가야 했고, 다시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 시간 가장 고마웠던 것은, 고통과 통증으로 끙끙대는 환자의 시간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24시간이라는 점과 돌아보면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 놀란다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감사하게도 몸은 차츰 회복되어 갔다.




다음 달이면 이식 8주년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저는 어딘가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암 환자, 어쩌다 파이어족’은 하루아침에 암 환자가 되었던 30대의 나, 말 그대로 살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놔야 했던 시간과 고민들을 솔직하게 풀어 보려 합니다. 그 후 어설픈 파이어족이 되어 삶을 누리는 40대 현재의 모습도 글로 담아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