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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ul 23. 2024

문득

따사로운 여름을 맞닥뜨렸다

 ‘문득’은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 또는 어떤 행위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모양을 의미한다. 당신에게도 어느 날 문득 무언가 나에게 다가와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 있는가? 우리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에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급한 나날을 보내기 십상이다.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끊임없는 생각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냈다. 과거에 내가 겪었던 모든 일부터 앞으로 생겨날 미래의 일들까지. 때로 그것들은 날 성가시게 만들었고 때때로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나침반이었다. 예전에 온갖 고민들은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나 역시 그와 다를 바 없는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과 생각으로 하루의 빈틈을 채웠다. 어느 한여름, 나는 헛소문으로 하루아침에 나를 차갑게 대하는 사람들과 마주했다.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고장 난 바퀴를 수리하듯 일일이 해명하면서 이 사건이 완전한 새것의 바퀴가 되길 바랐다. 바람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심각하지 않았더라도 사건의 중심인 나에게 너무나 막연한 일이었다. 처음 겪어서일까. 나는 시간을 약이라 여겼고 그렇게 기다리던 겨울이 나를 반겼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동안 매일이 암흑만 같던 건 아니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고 새로운 사람과 함께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이나마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나에게 따뜻한 겨울은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 따뜻한 겨울이라고 믿었던 내 마음속에 고드름이 자리 잡아 있었다. 그것도 매우 크고 단단한. 나는 차가워지다 끝내 얼어버렸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언제나 꼭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나의 시간은 그때에 멈춰있었다. 결국 나는 겨울이 아닌 추운 여름을 보냈고 봄이 아닌 따사로운 여름을 보낸 것이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여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드름을 녹여야 한다. 이는 단순하고도 복합적이다. 나는 암묵적으로 외면했던 감정들을 마주하기로 했다. 증오, 분노, 슬픔, 우울, 불안, 후회 등등. 따뜻한 겨울의 나는 애써 괜찮아지려 노력했다면 지금의 나는 모든 감정,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나의 고드름을 녹이기 위해서 감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얼른 괜찮아지려 노력하는 것보다 때로 여름에 젖어드는 것이 오히려 괜찮은 일이라고. 그렇게 고드름은 여름 속에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여름을 만끽했다. 겨울은 반드시 날 찾아올 테니.


나의 문득 떠오른 생각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께 문득 깨달음이 되었기를 바란다.

당신의 여름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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