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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가게 Feb 09. 2018

패배한 개의 인생

당신의 하루는 행복하신가요? 

 

 국민학생 시절의 나는, 서른이 되면 그럴싸한 커리어 우먼이 돼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완전히 독립한 성인이니까 그땐 뭐가 되든 돼 있겠지’라고. 대단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아껴주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말이다. 지극히 표준적이고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딸 하나, 아들 하나와 함께. 뭘 알았겠나, 단지 그에 가까워야 부모님 세대들에서 숱하게 들어온 '행복의 표본'이라 짐작했던 거다.

 

 그러다 세월은 지체 없이 흐르고, 나이는 속절없이 먹어 가고, 어느새 서른넷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은 했지만, 이건 어렸을 적 상상한 '행복의 표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직 준비가 안됐는지 2세는 찾아올 기미가 없고 신혼의 단꿈을 맛보지도 못한 채, 소름 끼치게 냉혹한 현실에 매일 허덕이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뭐 하는 사람이세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느라 대답을 놓치고 만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말하지 못하겠다. 과거에 무슨 일을 했냐고 또 물어온다. 대충 말해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세울 것 없고 뚜렷한 이력이 없어 또 한 번 웃고 말 때, 난 민망하다 못해 초라해지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친구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 인정받는 옛 동료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억대 부자가 되었다는 유명인들의 소식을 접할 때 나는 인생에서 패배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매년 '3월'이면 찾아오는 '보장된 행복'

 그들이 청춘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기의 나를 돌아본다. 하기 싫고 힘든 일은 요리조리 피했고, 싫은 사람 눈치 없이 내치며 내가 뭐라고 그들을 감히 평가해왔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현실이라는 핑계로 미루며, 성공은 속물들의 단어라고 치부했다. 욕심나는 것도, 욕망도, 그걸 이루기 위한 고통에 손사래 치며 ‘행복은 그저 여기에 있는 거야’ 라며 매일 따뜻한 곳에서 밥 먹고 잠잘 수 있음에 만족했다.   

   

 그것이 죽을 때까지 행복이라 여기고 실제로 행복하면 다행이겠지만, 이렇다 할 것 없이 서른넷이 되니 점점 초조해진다. 나름 꿈과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더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후회해도 돌아갈 수 없는 20대와 영영 굿바이 하고, 인생의 전성기라는 40대를 준비하는 나이 30대 중반에서, 나는 두 번째 사춘기를 깊은 고민으로 보내고 있다.     


 작년 말에 ‘나는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어요'라고 말하는 심리상담사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다. 나는 열심히 살았던 적, 뭐 하나 이룬 게 있나 싶어서. 후에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계획을 하나 세웠다. 2018년엔 이것만 해도 성공이라며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 사람들이 나에게서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나름 진지했던 이 결심은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단 5일 만에 허망하게 뻐개졌다. 난 또다시 패배한 개가 되었고, 사춘기는 더 사나워졌다.  


 하지만 괜찮다고 또 다독인다. 괜찮은 인생에 정답은 없고 마흔까지는 아직 2152일이나 남았으니까.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어정쩡한 현재를 살고 있다면, 지치고 힘들어 쉬고 싶다면, 다음 질문에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당신의 하루는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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