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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런치로 초밥과 우동과 타코야키가 나오는 꽤 괜찮은 초밥집이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저번에는 런치 타임을 넘기고 간 바람에 런치를 먹어보지 못했지만 오늘은 딱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혹시 주말에는 런치가 안 되는 게 아닌지를 물었지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잠깐 기다리자 제일 먼저 샐러드가 나왔다. 가늘게 썬 양배추와 양상추에 드레싱을 뿌린, 아주 평범하고 기본적인 샐러드였다. 그런데 그 샐러드를 한 젓가락 집어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드레싱이 뭔가 시판되는 제품이 아니라 이 집에서 따로 만든 건가?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드레싱은 정확한 이름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나 먹어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맛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샐러드는 맛있었다. 심지어는 본요리라 할 수 있는 초밥과 우동, 타코야키가 다 나온 후까지도 그랬다.
이유는 별 것 없을 것이다. 그 런치세트에 나온 모든 음식들 중 내가 제일 집에서 먹기 힘든 음식이 샐러드이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초밥은 내가 꽤 좋아하는 메뉴여서 집에서 몇 번 시켜 먹은 적이 있다. 우동이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끓여 먹고, 타코야키는 사실 내가 그리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니 샐러드쯤 되면, 이건 도대체 내가 먹을 일이 없는 메뉴다. 나 혼자 먹겠다고 양배추에 양상추를 사다가 일일이 채를 썰어서 따로 사 온 샐러드 드레싱에 버무려서 먹는, 심지어 돈은 돈대로 들고 한 끼 식사도 되지 않는 그런 음식에 별로 돈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샐러드를 먹을 기회는 이런 식으로 바깥에서 밥을 사 먹을 때 따라 나오는 샐러드가 고작이다.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입이 짧고 편식도 꽤나 심한 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나도 야채나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나에게 어떡하면 채소를 좀 많이 먹일지 그는 늘 고민했다. 채소 따위 안 먹어도 되는 건 어리고 쌩쌩할 때 이야기지, 이제 너도 나이 먹는데 야채 같은 거 먹어줘야 된다고 그는 늘 말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러던 그가 떠나면서 우리 집 냉장고에서는 샐러드가 멸종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얼마 전 차 티백 종류를 샀다가 덤으로 받은 발사믹 드레싱 소스는 한번 뜯어보지도 못한 채 냉장고 구석에 방치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애면글면 챙겼으면 좀 끝까지 그래 줄 일이지. 가다가 중지 곧함은 아니 감만 못하다는 옛시조도 모르냐고, 또 그렇게 투덜거려 본다. 너는 도대체 나이가 몇 갠데 그깟 샐러드 하나 네 손으로 못 챙겨 먹냐고, 그런 지청구가 날아올 것도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