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결심한 날(이유)

by JH

글을 쓰고 싶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냥 문득 쓰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굳이 이유를 꼽아보자면


언제였던지 기억나지 않는 머릿속이 복잡했던 어느 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걱정과 근심 불안 때문에

무기력한 채로 보냈던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도서관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이 눈에 띈 김에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 들어갔다


나는 당시 집중하기가 어려워 책 읽기가 힘들었다

한글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책은 한 페이지는커녕 한 문장도 읽히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집중이 되든지 되지 않든지 책 한 권을 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성취감 없이 무기력하게 보낸 날이 지겨워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을 때 내가 정말 못하겠다 싶은 행위를 하면 성취감이 조금이라도 들 것 같아 몇 번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던 책 읽기를 시도했다


당시 즉흥적으로 들어간 도서관에서 아무거나 골라잡았기 때문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반납 기간이 오기 전에 한 권을 다 읽었다


그렇게 다 읽은 한 권의 책이 두 권이 되고 세 권이 되었을 때쯤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은 쓰고 싶은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 컴퓨터 메모장을 켜서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잡이로 적었고 두서없이 쓴 글을 시작으로 며칠에 한 번씩 마구잡이 글쓰기를 시작했다

며칠에 한 번씩 쓰기 시작했던 글쓰기는 매일 쓰는 일기로 바뀌었고 매일 일기를 쓰다 보니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어렸을 때 글 쓰는 걸 좋아했다는 사실!

어떤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에 맞춰 내 생각을 적고 다 적은 글은 다시 한번 읽어본 뒤에 어색한 문장이 있으면 고쳐 쓰면서 스스로 보기에 그럴듯한 글로 완성되는 과정이 재밌어 글 쓰는 걸 좋아했다


무기력함에 빠졌던 이유 중에 하나가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일기를 쓰면서 나도 좋아하는 게 있었구나 싶었다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건 지친 내 마음을 해소하는데 아주 중요한 행위이며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걷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글 쓰기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을 때 하고 싶은 일도 생겼는데

그건 책 한 권 내는 일이었다 물을 무서워하지만 수영을 배워 느꼈던 것이나 수영이 아니라도 이것저것 배워가며 깨달은 사실을 글로 적어 책을 내고 싶었는데 생각해 봤더니 그런 책을 누가 내줄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것 같아 금방 접었다


허무맹랑한 생각은 접고 계속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보냈더니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 내는 게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내 머릿속 생각이나 느꼈던 감정을 글로 써보자 그렇게 적다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쯤 인쇄해서 모아놓으면 나만의 책이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게 블로그에 글 올려 적기였다


지금 나에게 있어 책 읽기는 복잡한 생각을 멈출 수 있게 해 주며 일기는 그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책을 읽다 보니깐 복잡한 생각을 멈출 수는 있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고 일기를 쓸까 했을 때는 내 일상은 지루함의 반복인데 특별한 것 없는 일상에 매일 적을 게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했더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얼른 이 책을 읽고 다른 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특별한 일 없이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이라도 그날마다 내 생각과 감정은 달랐기 때문에 쓸 말은 있었다


일기를 쓰면서 책 한 권 내고 싶었고 조금 생각해 봤더니 그런 책을 내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블로그에 글을 적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블로그에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조차 이런 의문이 생긴다


평소 하던 것처럼 일기장이나 메모장에 적으면 될 생각을 블로그에 적을 필요가 있나?

이 의문은 곧 다른 생각으로 바뀌었다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새로운 일이 생겼으니깐 한번 해보기나 하자 그렇게 나는 블로그를 생성했고 글을 올려본다


이 끄적임은 하루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일기장이 아닌 블로그를 만들며 적었던 글이었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더니 주변의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 주변의 누군가에게

'블로그에 글 쓰는데 시간 날 때 한번 읽어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이번에는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블로그가 아닌 다른 공간에 내 글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일기장에서 블로그로

블로그에서 브런치 스토리로


나 혼자 보던 글에서 주변의 누군가에게 보여준 글로

주변의 누군가에게서 나를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로

생각하던걸 실천으로 옮기는 이유는


생각을 담아놓지 않고 실천했을 때 오는 뿌듯함을 잊지 못했다

이 뿌듯함이 주는 기쁨은 아주 잠깐 머물다 사라지지만


짧은 순간의 기쁨이 유달리 지치는 어느 날

나를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