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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l 27. 2022

묘하고도 묘한 연차.

셋이 모여 202! 19화

얼마 전에 사내 메일로 연차 사용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메일이 날아왔다.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 인생인데 무슨 연차 사용 계획서를 작성하라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우리 회사는 연차는  소진하지 못해도 돈을 주거나, 다음 해로 넘어가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말소되기 전에 사용하라고 재촉하는 거였다.


 기억에 연차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1  사원이기에 연차를  아껴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계획서를 쓰면서 보니  연차는 무려 15개나 됐다. 12개라고 알고 있어서 8 정도 남았나 싶었던 연차가 12일이나 남아 있으니 그저 땡큐 땡큐였다.


무조건 계획서대로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니 마음 편히 계획서를 써서 제출했다. 그리고 그 뒤로 열심히 연차를 쓰고 있다.


연차를 쓰고 부산에 놀러 왔다.


연차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가는 것처럼 아주아주 행복한 건데  매번 연차를 쓰면 기분이 좋기는커녕 하루 종일 마음 한편이 찝찝하고 불편하다. 이런 기분은 중학생  학원 땡땡이쳤을 , 고등학생  학교 땡땡이치고 피시방에 갔을  느꼈던 기분이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모든 시간은  자유였다. 주말보다 평일에 놀러 가면 어딜 가든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있어  좋았다. 그런데 연차를 쓰고 평일에 놀러 가면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혼자 축구를 보겠다며 부산에 내려왔는데 하루 종일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기분 좋게 축구를 보러 왔음에도 마냥 기쁘지 않다.


 기분은  연차에만 국한되는  아닌  같다. 요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회사에서  2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출퇴근을  해도 된다는 생각에 마냥 기쁘기만 했는데 막상 이번 주에 재택근무를 하니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회사 컴퓨터에는 그동안 내가 해 온 업무 파일들이 날짜별, 항목별로 정리가 되어 있었고 두 개의 모니터로 빠르게 일 처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재택근무 시에는 내 노트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다 보니 이것저것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일처리도 늦어지고 실수도 하게 됐다.


사람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던데 그런 것 때문일까? 아니면 내 노예근성이 발휘된 걸까?

군생활 중에도 설렁설렁할  있는 것들은 설렁설렁했다. 근데 신기하게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그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100% 완벽하게 회사 일을 하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와 잘못을 병행한다. 내가 쉬어도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기에 최대한 일을 하고 갔음에도 다른 분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결국 난 놀러 와서도 새벽에도, 낮에도 시간이 날 때면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확인하곤 했다.


새벽에도 켰던 노트북을 다시 켰다.


쉬고 싶어서, 좋아하는 축구가 보고 싶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을 해서 왔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고 괜스레 센치해진다.


직장인은 모두 이런 걸까? 연차를 마음 편하게 즐길  있는 날이 오기는  걸까? 차라리 급한 일은 처리하고 일찍 퇴근하는 반차가 나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잘하고 싶어서, 욕심이 나서 그런 걸까?   시간에 놀고 있어서? 합법적으로 쉬는 날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재밌다. 나름대로  기분을 즐겨봐야겠다.


연차란 무엇이길래 내 마음은 이리도 불편한 걸까? 묘하다. 아주 묘해.


어차피 내일이면 출근을 할 테고, 또 일을 할 거다. 이젠 내 연차를 즐기러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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