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궁금해질 때

시로 쓰는 일기

by 하하연


그저 예쁘다

스치기만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너의 이름을 알고 싶어졌어


입술도 없어

목소리도 없어


아무리 물어보아도

답을 들을 수 없어


우리 사이엔

통역이 필요해


넌 내게

바코드라고 말했지


통역사의 실수일까?

아니면

너의 유머였을까?






출처: 두산백과






꽃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계절. 5월의 거리에는 계란프라이를 닮은 꽃이 길가에 피어 있었다. 엄지손톱 모양의 크기로, 가운데는 노란색 원이 있고, 꽃잎은 흰 종이가 가느다랗게 잘린 모습이었다. 꽃잎이 어찌나 얇은지 마치 바코드를 둘러놓은 것 같았다. 꽃 이름이 궁금해서 핸드폰을 꺼내 검색했다. 네이버 앱으로 꽃 사진을 찍으면 어떤 꽃인지 알려 주기에, 평소처럼 사진을 찍고 기다렸다. 잠시 뒤, 화면에 믿기 힘든, 이상한 글이 떴다.


‘해당 바코드를 찾을 수 없습니다.’ AI가 꽃잎을 바코드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어쩜 나랑 같은 생각을 했지? 보고도 심기했다. 생각해 보니 나와 앱은 같은 생각을 한게 아니었다. 나는 바코드를 닮은 꽃이라고 상상했지만, AI는 꽃잎을 바코드로 오해했다. AI는 스스로 오해한 줄도 몰랐다. 이것이 인간과 AI의 차이였다. AI는 명령 값을 잘 처리하지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분별하지 못한다.


웃음을 거두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렌즈를 이리, 저리 맞춰가며 바코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었다. AI에 인간의 끈기와 친절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결국 AI가 꽃 이름을 알아냈다. 내게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능청스럽게 개망초(계란꽃)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꽃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그 정도의 실수는 눈감아주기로 했다.



AI의 실수를 보듬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