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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Nov 10. 2023

처음, 콘서트를 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9월,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브의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는 며칠 동안 티켓팅에 성공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티켓팅을 위해 없던 멜론 아이디도 만들고, 주변에 콘서트 경험이 풍부한 이모의 팁을 전해 듣기도 했다.     


"이번에 린이 처음으로 콘서트티케팅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어?"

“pc방 가서 하는 게 제일 좋아. 반응속도가 빠르잖아. 그리고 주변 인맥을 다 동원해서 티켓팅을 해야 돼. 저번에 난 안 됐는데, 동생이 돼서 그 표로 갔거든. 그리고 시작 전, 7시 59분 57, 58 정도에 눌러야 하니까, 정확한 시계 세팅해 놓고.... 클릭하면 대기번호 뜨거든. 그거 그대로 기다려야 돼. 나갔다 오면 번호가 더 뒤로 밀려.”     

옆에서 듣던 아이는 수첩에 메모를 하며 눈을 반짝였다.    

  


나는 대학교 때, 수강 신청 말고는 한 번도 티켓팅에 공을 들인 적 없었다. 좋아하는 미술관에서 하는 유명한 전시도 티켓킹이 어려우면 포기했다. 친구의 초까지 연구하는 티켓팅 방법을 듣고 있으니 새로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드디어 시작된 콘서트 티켓 예매 시간, 덕질 선배의 말대로 했지만 집 안의 컴퓨터도 느리고, 처음 시도한 아이의 손가락도 느렸다. 대기 번호는 1515번. 아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았다. 시간이 가면서 대기 숫자가 줄어들어 드디어 예매창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자리는 없었다. 몇 번을 새로고침해도 그대로였다. 아이는 밤 12시 취소표가 나올 수 있다며 그때 다시 시도한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아이의 처음 콘서트 예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혼자 가는 것이 걱정되었기에 예매가 안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 생각을 달랐다. 세상 어떤 일보다 간절했다. 실패한 날, 시련 당한 것처럼 밥을 먹는데도 돌가루를 씹는 듯 꾸역꾸역 넣고, 그 후에도 표정 하나 없이 넋이 나가 있었다. 근처에 가면 한기가 돌았다. 다음 날이 주말이었기에 아이는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예매가 되야 끝나는 우울함이었다.


운이 좋았을까?세 타임(당일, 당일 새벽, 다음 날 오전)의 시도 끝에 맨 끝의 자석 하나를 예매할 수 있었다. 대학에 합격한 듯 돌고래 소리가 온 집을 가득 메웠다. 펄쩍펄쩍 뛰었다.


그 후부터는 나의 몫이었다. 미성년자가 콘서트를 갈 때에는 부모님의 등본, 자녀의 신분을 증명하는 여권정보증명서 혹은 청소년증이 필요했다. 구 여권의 경우 주민번호가 나와있어 아이의 신원을 증빙할 수 있었지만, 신여권은 주민번호가 없었기에 여권정보증명서가 필요했다. 그 자료는 시청에 가야 발급할 수 있었다.


'콘서트 한 번 보기 힘들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콘서트 한 번 보려면 몇 번의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온라인으로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나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엄마로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동사무소 갔다가 시청 갔다가 해서 모든 자료를 준비하고, 콘서트 당일 잠실실내체육관 앞으로 향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티켓팅에 성공한 사람들인가? 대단해 보였다. 아이브를 보러 온 해외 팬들도 많았다. 나만 모르는 행성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투명한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 서로에게 호의적이었고, 아이브라는 커플티를 입은 듯 동질감을 느껴졌다. 막상 콘서트장 앞에 도착하니, 나도 갈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너무 신나 보였고, 그 신남 속에 속해 있고 싶어졌다. (갈 수 있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 혼자 콘서트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자리는 잘 찾을 수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인지 아는지? 옆자리에 누가 앉았을지? 걱정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커서 콘서트장에 가는지... 나만 모르게 흐르는 시간을 눈치 챈 순간이었다.


나의 첫 콘서트를 떠올려 본다.

18살의 성시경 콘서트.

아이의 첫 콘서트는 지금,

13살의 아이브 콘서트다.




         


<아이가 쓴 콘서트 후기>




생애 첫 콘서트 (2023.10)

  

불과 두 달쯤 전에, 난 아이브 콘서트를 한다는 공지를 보고 ‘무조건 가야지’라고 결심했다.

저번 콘서트를 놓쳤던 터라 바싹 정신을 차리고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폭풍 검색 후 바로 기다려서 시도해 보았다. 결과는 역시나 실패였다.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다이브 2기에 가입하지 않아 먼저 콘서트를 예매하지 못했고,

둘째, 첫 티켓팅이라 많이 미숙했다.

셋째, 너무 차분하지 못해 허둥지둥하다가 클릭을 틀렸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돌아오지 않으면 속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티켓팅을 끝내자마자 곱창을 먹으러 갔는데 그 곱창의 맛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밥도 꾸역꾸역 넘겼지만, 머릿속엔 ‘집에 빨리 가고 싶다’라는 생각뿐이었다. 취소표는 콘서트 당일까지도 계속 나오기 때문에 계속 시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고, 당장 컴퓨터 앞에 앉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계속 화면만 쳐다보았다. 취소표가 풀리는 12시까지 기다렸지만, 경쟁자들이 매우 강했기 때문인지 한 좌석도 잡지 못했다.


그 후 마음을 정리했다. 티켓팅 날은 금요일, ‘이번 주 일요일까지 좌석을 찾지 못하면 그냥 포기하겠다’라고 생각했다. 결국 다음 날 오전 12시, 슬슬 머리도 아파질 때쯤 3층 29 구역의 끝자리가 나왔다. 나오자마자 바로 눌렀는데 결제창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그때는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부족한 돈은 할머니께서, 부족한 서류는 엄마가, 이동 수단과 주차 공간은 아빠가 마련해 주었다. (아임 쏘 해피)      


드디어 콘서트에 가는 날,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콘서트장으로 갔다. 역시 아이브의 인기는 대단했다.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입장 절차를 다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좁고 높고 가팔랐다. 무사히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갑자기 옆자리 분이 앞에 자기 동생이랑 자리를 바꿔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사실 전에 콘서트 댓글 창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내 일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비록 2층이나 VIP, floor층은 아니더라도 앞에서 보게 된 것에 감사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아이브가 등장하는데 정말 꿈같았다. 내가 아이브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등장하자마자 아이엠이 시작되었는데, 중간에 응원법을 놓친 게 있어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이브의 거의 모든 곡을 다양한 의상, 다양한 배경,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로 보여주는데 정말 154,000원이 1원도 아깝지 않았다. 또 중간중간 의상을 갈아입을 때 틀어주는 스크린의 영상은 드라마 혹은 화보같이 정말 예뻤다. 그리고 2명, 2명, 2명씩 같이  합동 무대를 보여주었다. 첫 무대는 감성즈(가을, 레이) 힙합 콘셉트로 커버했고, 두 번째는 영리즈(원영, 리즈)가 청순&감성으로 이쁘게 커버했다. 세 번째는 헤헤즈(유진, 이서:헤헤 웃어서)가 힙합과 청순을 섞은 느낌으로 멋지게 마무리했다.


앵콜 무대 할 때는 관객석으로 멤버들이 이동했는데 내가 있는 3층은 아쉽게도 오지 못하였다. 소감을 말할 때는 멤버 한 명 한 명 모두 꾸며내지 않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 진심이 느껴졌다. 돌아갈 때도 아이브 멤버들은 잘 배웅해 주며 멋지게 퇴장했다. 돌아갈 땐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이게 마지막이 아니니까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브 아이시테루, 사랑해, 아이러브유!



내가 덕질을 하는 이유는 그 대상의 어느 면들은 나의 우상이고, 그들은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아이브랑 함께하면 더없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이유 말고도 아주 많은 이유가 있다)

앞으로도 쭉 나답게 즐겁게 덕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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