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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Mar 01. 2024

이름, 마음에 드나요?

살면서 제일 신중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이름 짓기.

부모라면 아이의 이름 짓기에 신중해야 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상호명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대학원 조교로 일할 때였다. 학부 학생들의 이름을 다 훑어보며 어떤 이름을 지을까 고민했었다. 그중, 연두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연두색이라는 청량감이 아이의 삶을 청량하게 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의 이름은 시어머님이 짓게 되었다. 작명소에서 받아온 이름이었다. 작명소의 이름은 동시대에 유행이 있었다. 같은 해, 같은 이름이 많았다.

아이의 이름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인지, 생활하다가 예쁜 이름을 만나면 부러웠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에 할 때였다. 수강생 중 한 명의 이름이 재미였다. 이름이 재미라니... 처음 만난 이름이었다. 딱 한 번 들었을 뿐인데, 계속 기억에 남았다. 재미라는 이름이 예쁘기도 했지만 어릴 때에는 놀림을 많이 받았을 것 같기도 했다.


"이름으로 친구들이 놀리지 않았어요?"

"어릴 때에는 그런 일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커 보니 이름이 인상적이어서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한 번에 저를 기억해 주니까. 지금은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한글 이름이에요?"

"아니요. 한자가 있어요. 있을 (재)에 아름다울 (미)에요."

"어머! 의미가 너무 좋네요."


재미 안에 숨을 뜻은 아름다웠다. 이름 덕분에 첫 만남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지 않고도 이름만으로도 금세 친숙해졌다. 여러 수강생의 이름은 매 시간마다 외우기 어려워서 이름표를 확인했지만, 재미님은 헷갈리지 않고 한 번에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다른 모임에서는 '우주'어머님을 만났다. 아이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이름을 부를 때마다 우주가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재미'라는 이름처럼 우주로 이름을 지은 이유가 궁금해져 물었다.


"제가 외국에서 살 때, 이름이 두 개인게 싫었어요. 수현이와 앤디. 이름이 두 개면 자아가 두 개인 것 같고, 뭔가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요? 요즘은 부캐도 만들잖아요. 이름이 두 개면 좋지 않아요?"

"부캐는 내가 커서 정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름 두 개는 좀 혼동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에게는 외국인에게도 쉽게 발음되는 한국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발음이 없는 한글이어야 했죠. 그래서 가, 나, 다, 라 쭉 써서 한 글자씩 써 보았어요. 가나, 나라, 아주 등등.. 그렇게 쓰다가 우주라는 단어를 만났어요."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행성계 우주의 뜻인 거예요?"

"이름은 제가 지었는데, 시아버님께 한자 뜻을 지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우주의 한자 뜻은 따로 있어요."

"현명하세요. 부모와 할아버지가 함께 지은 이름이네요. 우주, 우주, 이름을 부르다 보니까 우주는 이름 덕분에 넓게 생각하는 아이가 될 것 같아요."

"이름 때문인지, 우주에 관한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몇 번을 만났지만, 아이 이름을 지은 이유는 몰랐다. 이름을 자꾸 부르다 보니 예뻐서, 궁금해졌다. 이름은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주변의 삶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분 좋은 이름은 부르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까지 미소 짓게 한다.


세상에 단어는 많지만, 이름으로 불리기 좋은 이름을 찾기란 놀이터 모래 속에 동전 찾기와 같다. 본인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만약, 내 이름을 내가 지을 수 있다면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주

애플

재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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