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 빌딩 삼 층에 위치한 한 사랑 교회 입구에 유모차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금요 철야 예배를 드리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함광구 목사는 멈칫했다.
자세히 다가서 보니 거기엔 한 아이가 조용히 잠들어 있었고 그 옆엔 종이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종이엔 이렇게 써져 있었다.
'목사님. 이하 성도님. 죄송합니다. 이 아이를 맡기고 갑니다. 좀 키워 주십시오.'
간단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키울 수 없으니 대신 키워 달라는 미혼모 거나 능력 없는 부부 거나 아니면 원치 않은 아들이었거나 등등 여러 사유로 아이를 유기한 터일 거였다.
삼십여 명 되는 교인과 목사 부부는 의논 끝에 장숙희 집사가 그 아이를 맡기로 했다.
상권이라 이름 붙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열다섯 살이 되었다.
상권이의 천재성은 날이 갈수록 빛이 나더니 드디어 세계 수학 경진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일약 유명인이 된 상권 앞에 어느 날 중년 부부가 찾아왔다.
그 부부의 말인즉슨 상권이가 제 자식이니 데리고 가겠다는 거였다.
장숙희 집사는 발끈했다.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생모라 주장하냐며 가당치 않다고 소리쳤다.
두 부모의 싸움은 법정다툼까지 이르렀으나 중간에서 함 목사가 끼어들었다.
본인의 얘기를 한 번 들어 보자고 했다.
상권이가 함 목사 장 집사 유기 부모 앞에서 입을 열었다.
-나를 낳아준 건 부모요 키우신 분은 집사님이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분은 목사님 이세요. 낳으신 은혜나 키우신 은혜나 다 고맙지만 정신적 양식과 소양을 가르쳐준 분은 목사님 이 시죠. 친 부모님이나 양 부모님이나 다 감사하지만 제 부모님은 목사님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수학을 가르쳐 준 분도 목사님이시거든요.
꼬마 천재의 이 말에 장내는 숙연 해졌고 생 부모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한편 함 목사는 상권이의 유학을 책임진 후 성도가 천 명으로 확장된 한 사랑 교회 후임 목사로 상권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