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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봉 Jan 04. 2025

여인천하



여자를 극도록 기피하던 나는 중학교 너머 고등학교에 가서는 여자 기피가 도를 넘었다.

내가 여자를 기피하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놈과 싸우다 코뼈가 내려앉은 것이 원인이 되었다.

코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납작해지니 갑자기 외모 콤플렉스가 생겼다.

하필 그때 이주일이 나타나 못생긴 이미지의 코를 들이밀며 스타가 되자, 주위에서 나보고 그를 닮았다고 놀려 대었다.

중학교 까지는 어떻게 견뎠는데 고등학교부터 문제가 커졌다.

하필 학교가 남녀공학이라 내 얼굴은 여학생에게 더욱 노출 됐던 것이다.

그야말로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 삼 년을 보내다가 삼 학년 어느 날.

"꼭 이주일 같아. 못 생긴 게..."

지나가던 여학생이 나를 보고 툭! 던진 한 마디.

나는 잘 못 들었나 뒤를 돌아보니 세 명이 깔깔대며

"맞아. 근데 이주일이 훨씬 낫다... 얘..."

그 순간 나는 자살을 결심했다. 굳게 결심하고 제3 한강교에서 뛰어내렸다.

가을 강물은 찼고 이지러지는 고통을 겪은 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주위가 요란했다. 웅성웅성 소리에 혼미해진 눈을 뜨자 운무가 가득했다.

멀리서 낮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 비슷한 분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전부 여자였다. 나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여인계'

어느 소설에서 보았던 '천상여인계'

나는 그 속에 떨어진 거였다.

"호호호! 이제 깨어나셨네..."

누군가 반갑게 중얼거렸다.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 했다. 죽었다가 천상 여인계로 온 것이다.

'정녕 이런 세계가 있구나...'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그중 한 여인이
"서방님은 이제부터 저의 낭군이십니다..."
하는 것이었다.

"아니, 제 제가요?..."
"예, 그러하옵니다."

눈을 들어 선녀의 얼굴을 보니 하도 아름다워 기절할 정도였다.

시간이 흘렀다. 선녀국 아랑 낭자 남편이 되어 행복한 날들을 보내다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선녀국엔 나 말고 다른 남자들이 많았는데 한 마디로 전부 한 인물 하는 남자들이었다.

지상에서 못 생기고 괄시받던 남자들이 모두 선녀국에서 최상의 미인들과 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못 생긴 남자와
정말 예쁜 여인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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