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4기 아내와 함께하는 남편의 기록
1화 : 컷! 나의 세상이 멈추다.
2023년 6월.
뒤늦게 들어간 대학원에서 단편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 둘과 함께 자는 침실에서 아내의 기침이 잦아졌다. 바쁘게 촬영을 준비하던 나는 별일 아닌 듯 아내에게 말했다. 어쩌면 촬영을 앞둔 예민함에 짜증이 살짝 섞여있었을 것이다.
'병원에 가보지 그래?'
며칠 후 아내는 혼자 동네 병원에서 x-ray를 찍었다. 폐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되었다. 소견서를 가지고 근처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아마도 '결핵'일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단편영화 촬영을 하는 동안 아내는 격리 병동에 입원하여 '결핵' 검사를 진행했다. 아이들을 돌봐주러 장인어른, 장모님이 집에 와 계셨다.
'결핵' 판정만 받으면 치료는 '간단'하다는 결론에 모두들 미소 지으며 안심했다. 나는 촬영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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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차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모든 스텝과 배우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후 특수효과 장면 추가 촬영을 위해 촬영감독과 단 둘이 평택으로 향했다. 예전 조감독 생활을 할 때 친분이 있던 업체에서 무료로 특수효과 장면 촬영을 도와주었다.
'탕! 탕! 탕!'
총알이 거울을 관통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웃는 얼굴의 특수효과 업체 대표님이 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한 마디 건넸다.
'영화... 끊기 어렵지?'
대표님의 말대로 실로 오랜만에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하는 단편 작업이었다. 영화를 다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으로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온 작지만 소중한 현장이었다. 나를 잊지 않은 현장 사람들의 도움에 뒤늦게 감사함을 느꼈다.
촬영감독이 서울로 돌아가면 기념으로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모든 촬영을 마친 나는 그 제안이 반가웠다. 빨리 운전을 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다.
내비게이션 앱을 실행시키려 스마트폰을 꺼내 보니 아내에게 온 카톡이 있었다.
'촬영 마치면, 전화 좀 줘.'
짧은 메시지였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이 암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아내는 담당 의사와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보내주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결핵이 아니고, 암이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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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상태로 차를 운전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생각은 늘 그렇듯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흘러갔다.
조수석에 앉은 촬영 감독이 괜히 눈치를 보며 나를 위로해 줬다.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실 계획은 자연스럽게 취소되었다.
머릿속엔 온통 아내가 암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다음 날 장모님과 아내가 입원 중인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전날 촬영감독과 보낸 차 속처럼 장모님과 함께하는 차 속도 고요했다. 섣부르게 서로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만난 담당의사가 매일 있는 일인 듯 덤덤하게 아내의 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