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먹고 있습니다.

by ligdow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길어졌다. 아프다고 입맛까지 사라지진 않아서 하루 종일 먹을 궁리를 하며 지낸다. 아플 때면 오히려 요리를 더 하고 싶어지는 이상한 습관이 슬그머니 발동한다.(그래서 우리 집 식구들은 나를 환자 취급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에는 남편이 코감기에 걸렸고, 월요일에는 작은 애가 열이 났다. 다들 나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처음이었으니 인정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먹을 것을 챙기고 있잖아!


엊그제는 봄동 겉절이로 조금 나아지려나 했다. 아삭한 봄동에 감칠맛 나는 양념이면 감기도 정신을 차릴 줄 알았다. 결과는 실패였다. 목에서 코로 주증상만 슬쩍 바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감기와의 싸움이 장기전이 될까 사실은 조금 겁이 난다. 며칠째 식후 산책은 건너뛰고 집 안에서만 움직인다. 대신 주방에 오래 머문다.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고 최대한 잘 먹는 것. 지금 내가 선택한 가장 성실한 회복법이다.




묵은지를 씻어 전날 먹다 남은 목살과 냉동 대패 목살을 돌돌 말아 김치찜건더기만 먹는 편이라 국물은 자작한 정도로만.


더덕 한 봉지 중 절반은 간장 살짝과 소금, 생들기름으로 무침. 담백하고 아삭한 식감이 기분 좋게 맛있다.


약불에서 들기름과 맛간장으로 슬쩍 옷을 입혀주고 양념해서 무치면 부드럽고 고소해서 밥도둑이 된다.


소고기 다짐육에 양파와 새송이 버섯을 다져 볶은 후 간장과 고추장 양념


시판 유부만 사용, 표고버섯 볶음과 위의 것들을 고명으로 사용. 큰애가 일어나자마자 한 접시 클리어하고 내것까지 뺏어갔다. ㅠ


큰 녀석 한 마리 데려와 껍질을 벗기고 깔집을 낸 후 프라이팬에 굽는다. 뚜껑 닫아 뒤집어가며 10분 정도 구우면 그 향에 침이 고인다. 반건조 식감이라 더 맛있다는 남편


이 포즈로 십 분 동안 익어갔음. 칼집이 있어 더 먹음직스럽다.


미니 도마를 얼추 채운 국내산 오징어 한 마리


오징어구이는 소고기 고추장 볶음과 닭다리 구이와 함께


암 환자가 된 이후 체중에 민감해져 100g도 잃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로 오늘도 나만의 루틴을 이어가고 있다. 약 기운에 헤롱대면서도.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