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감기와 싸우고 있다. 목이 많이 붓고 콧물에 두통까지, 이런 증상은 너무 오랜만이다. 결국 내과에 들러 주사를 맞고 약도 먹고 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해서 자연드림과 하나로마트에서 잔뜩 장을 봐 왔다. 주방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여전히 줄지 않는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봄동을 샀다. 이맘때 노지에서 자란 봄동은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원래는 잎이 넓적하게 퍼져서 “나 봄동이야” 하고 누구 봐도 알 수 있게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손질이 되어 있어 낯설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서너 번 씻은 후 먹기 좋게 어슷어슷 잘라 큰 스텐볼에 담는다. 무침을 할 때는 비닐장갑을 끼지 않는다. 여덟 살 때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맨손으로 한다. 손끝에 닿는 재료에 양념이 버무려지는 느낌이 좋다. 그 어우러짐이 손맛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과정이 재밌다.
봄동 자체에 수분도 많고 고소한 맛이 있어서 양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멸치액젓과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매실액으로 단맛과 새콤함을 더한다. 참깨를 절구로 몇 번 갈아 고소함을 슬쩍 보태고 먹음직스럽게 통참깨를 뿌린다. 봄동의 베타카로틴은 식물성 기름과 궁합이 좋기에 먹을 만큼만 덜어 들기름으로 마무리한다.
스텐볼에 남은 양념까지 싹싹 긁어 그릇에 옮겨 담고, 손에 남은 양념도 알뜰하게 모아 담는다. 손가락에 남은 것은 입으로 슬쩍, 이 또한 여덟 살 버릇 그대로다.
아삭한 잎을 씹을수록 고소함이 올라오고 단맛이 뒤따랐다. 잘 먹었더니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