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나물을 무칠 때 들기름을 살짝 더하면 맛과 향이 조금 더 또렷해진다. 비빔밥에도 들기름을 두르면 각각의 재료들이 섞이면서 맛의 풍미가 살아난다.
어릴 때부터 주로 들기름을 먹었고, 암 환자가 된 이후에도 그렇다. 다만 들깨를 볶아 짠 들기름이냐, 볶지 않고 냉압착한 생들기름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도 냉장고 문에는 시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들기름이 있다. 어쩌다 비빔밥으로 고소한 기분을 즐기고 싶을 때만 꺼내다 보니, 그 들기름은 대부분 냉장고 안에 갇혀 있다.
들깨를 볶지 않고 냉압착한 생들기름은 150-200ml 정도의 소용량을 사서 대체로 한 달 안에 먹는다. 한살림이나 자연드림에서 구입하고, 장거리 외출을 할 때는 먹거리에 제한이 있어서 애써 스틱형 제품을 챙긴다.
생들기름을 먹는 이유는 들깨 지방의 대부분이 오메가-3 지방산, 즉 α-리놀렌산(ALA)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메가-3는 세포막 인지질의 구성에 관여하고 염증 반응을 낮추는데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농약 통들깨도 함께 먹는다. 두 번 정도 물에 슬쩍 씻어 말린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버섯들깨탕 등 음식에 사용할 때는 믹서기나 절구로 갈아서 쓴다. 통들깨는 바로 갈아먹으면 산화 가능성이 낮다.
번거로운 것 같아도 이 또한 소꿉장난이라 생각하면 즐겁다. 한살림이나 자연드림 유기농 통들깨를 구입해서 손질 후에 음식에 넣어 먹는다.
시판되는 들깨가 깨끗하다는 건 알지만 들깨만큼은 씻어서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 농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들깨를 수확할 때 얼마나 많은 먼지가 나오는지 알 것이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찐 채소들 위에 뿌려서 고소하게 먹는다.
참기름은 먹지 않는다. 대신 참깨는 무농약으로 구입해 약불에서 볶아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통들깨처럼 먹을 때마다 절구에 빻아서 바로 음식에 넣어 먹는다.
하나로마트에서 국산 볶은 참깨 80g이 9,900원
씻은 참깨 280g이 14,000원 가격 차이가 크다.
그래서 나는 볶지 않은 참깨를 구입한다.
프라이팬에 참깨를 넣고 약불에서 볶는다.
(생산자에게 전화를 걸어 씻어서 판매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씻어야 할지 솔직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예전에 부모님께서 참깨를 털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불은 처음부터 끝까지 약불이다. 기다림의 미학은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어릴 때 엄마가 하시던 것처럼 가끔 손을 슬쩍 올려 온도를 확인한다.
엄지와 검지로 밀듯이 부드럽게 으깨어지면 완성이다. 먹을 때마다 매번 절구에 드르륵 몇 번이면 참깨의 고소함이 더해진다.
떡갈비와 소고기 주먹밥에도 절구를 거친 참깨를 넣어주고 통깨도 한 번 더 뿌려준다. 요리할 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다.
부모님은 들깨를 많이 심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들깨 농사를 거들게 됐고 (도리깨질은 수준급이다) 들깨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인지 알고 있다. 들깨를 몇 가마니 수확하려면 들깨 섶을 베고, 뒤집어 말리고, 다시 거두어들여 도리깨로 턴다. 뒤집어 또 도리깨질을 하고, 섶을 옮겨내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수확한 것으로 기름을 짜 가족들에게 나눠주셨다. 자식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형제자매들, 작은집들, 외가댁 식구들까지 우리 집 들기름이 돌아다녔다.
사돈의 팔촌까지라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어쨌든 먼 친척이 와도 들기름 한 병을 쥐여주면 역시 고소함이 다르다며 다들 좋아했다. 집에서는 들기름이 떨어질 틈이 없었고 그래서 참기름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암 진단을 받고 나서 기름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즉시 예전에 먹던 들기름과는 거리를 두었고 생들기름만 먹고 있다. 그것을 가열하는 요리에 쓰지 않는다. 열과 빛에 약한 기름이니 찐 채소나 음식을 먹기 직전에 뿌려 먹는다.
건강 관리를 하며 음식에 대해서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두었다. 아주 가끔은 그 기준에서 벗어날 때도 있지만, 다시 돌아오는 선은 정해 두고 있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도 내 몸을 살피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오메가 3와 6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이다. 현대인들은 오메가 3과 6가 불균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오메가 6가 매우 높은데 옥수수와 기름을 원인으로 본다. 옥수수의 경우 오메가 3와 6의 비율이 1:60, 옥수수 사료를 먹인 고기나 달걀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또한 기름의 경우 식용유를 비롯한 씨앗류 기름을 많이 먹는다. 튀긴 음식을 적게 먹으라고 하는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기름은 열을 가하면 변성이 되므로 암환자들에게 들깨를 볶지 않고 냉압착한 들기름이나 아마씨유를 권한다.
- 예전에 공부했던 내용 중에서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