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을

by 창운

혜지의 휴일을 맞이하여 간월재에 가기로 했다. 자동차로 왕복 거리가 최소 3시간 이상은 걸리는 곳에 있어서 운전하기 힘들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혜지가 근무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갔다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혜지를 모시고 울산으로 갔다. 평일에 무료 주차장 자리가 없을 거란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천만다행인 것은 바로 옆에 유료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차에서 내린 뒤 등산로 입구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곧바로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서로 걷는 속도가 달라, 발걸음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시작하자마자 내가 간월재를 향해서 빠르게 치고 올라갔고, 반면 혜지는 여유롭게 올라갔다. 그래도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추게 되었다. 이인삼각 달리기를 하듯이 나란히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반 정도 지났을 때 쉬는 시간을 가졌다. 물도 마시고 가쁘게 몰아쉬던 숨도 고르면서 주변에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봤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하는 기대감에 다시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남은 거리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햇빛도 강하지 않아서 견딜만했다. 날씨가 좋아서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차장이 만석이라 생각했지만, 올라가는 길목에서 지나친 사람들의 숫자는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 15분 만에 간월재에 도착했다. 바람이 강해졌지만, 흐르는 땀을 식히는 데 적당한 바람의 세기였다. 보이지 않던 사람들은 모두 다 간월재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이유는 주위를 둘러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대구의 앞산 전망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도심 속 건물들이 보이지 않고 이곳은 첩첩산중이라 우거진 억새와 나무로 가득하다.


- 창운아, 이제는 가을이 진짜 가을 같다.

- 가을이 가을이지. 진짜 가을이 어떤 의미야?

- 그런 게 있어. 진짜 가을이라니까.


빨강, 노랑, 초록 다양한 나뭇잎 색깔이 형형색색 조화를 이뤘다. 크레파스로 칠한 듯 온통 알록달록한 풍경은 무척 생기가 넘친다. 그 순간, 혜지가 말하는 진짜 가을이 어떤 의미인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챙겨 온 김밥으로 등산하느라 허기진 배도 채웠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부여잡은 채) 나는 혜지와 내년에도 간월재에 다시 한번 오자고 약속했다. 한 폭에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쌓인 피로가 싹 사라졌다. 산능선을 타고 부는 바람에 풀 냄새가 서려 향기로웠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을 떠올리며 짧은 가을을 보내기가 아쉬울 뿐이다. 겨울이 괜찮다면 남은 한 해는 가을로만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