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끝에서

by 창운

24년의 마지막 연말, 매년 이맘때쯤이면 나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서 미세한 불안감을 느낀다. 아마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은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듯한 모호함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이미 내일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한 해가 끝난다고 해서 내일이 달라지지 않겠지만, 내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는 불확실함을 느끼고 있다.


연말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차갑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내뿜는 공기에는 이미 봄이 올 것이라는 예감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하늘은 낮고 흐린 날씨 속에서 한 줄기 빛이 간신히 내리쬐고, 나무들은 그 빛을 따라 겨울의 끝자락에서 작은 숨을 쉬는 듯하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끝에서 끝을 잇는 순간, 과거와 미래가 엇갈려 뒤섞이는 순간, 우리는 단지 그 속에서 하나의 ‘지금’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예전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마치 꿈속을 떠도는 듯 기억들은 하나하나 내 앞에 펼쳐지지만, 그 모습은 어찌나 흐릿한지 끝을 알 수 없다. 24년의 날들을 차례로 꺼내보면 각각의 순간들이 다르게 다가오고, 어느 것은 너무 선명하고, 어느 것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듯하다. 그렇게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아마도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혹은 무엇을 지나쳤는지에 대한 끝없는 물음이 아닐까.


12월은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올 한 해의 끝에서 나는 모든 일들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또 다른 시작을 담아본다. 미래가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모든 것들을 손끝에 쥔 채로 서 있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겨울 하늘 속에서, 작은 별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처럼, 모든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하루가 지나고 24년이 끝나면, 우리가 떠나는 길이 그리 멀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은 어느덧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마도 끝자락에서 나는 단지 나 자신과 마주하며 그저 ‘지금’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24년이 떠날 때, 그 모든 날이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계속해서 길을 걷고, 끝없는 연대 속에서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작은 빛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