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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귀촌일기-대동회와 40세 이장님

대동회 40세 이장님 선출, 추워도 걷는 싸목싸목길

by 성희


우리 마을 대동회

오늘은 우리 동네 대동회가 있는 날이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회관에서 이장님을 비롯해 임원진을 뽑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습니다.

우리 부부는 동네분들과 하는 일이 달라 모여서 노는 일은 별로 없지만 길거리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는 잘합니다. 동네분들도 환핫 웃음으로 받아주십니다. 우리는 이런 동네 큰 행사에 참여합니다. 어르신들이 많으신 곳이라 저는 음식 차리는데서 심부름합니다. 이 동네 살면서 좋은 것은 회관에 가면 나이가 아래로 두 번째로 젊습니다. 어른 노릇을 하는 것보다 내 몸을 움직여 심부름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음식차림

마을일을 맡으신 분들이 미리 장을 봐두셨습니다.

음식은 생선구이와 소고기전골 파래무침 꼬막 등이 있었습니다. 맛있지만 과하지는 않습니다. 떡과 밀감까지 차리니 상에 음식 놓을 자리가 모자랍니다. 나는 담아 놓은 음식을 상으로 옮기기, 꼬막 까기에 참여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특이하게 남자분들과 여자분들의 방이 따로 있고 음식도 따로 드시는데 여자어른들 방에는 상이 없습니다. 음식 차리는 일은 여자분들만 합니다. 남자분들보다는 여자분들이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임원 결정은 남자분방에서 회의가 열리고 남자분들만의 의견으로 합니다. 이건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은 똑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 모두가 귀한 동네 구성원들이니까요.


새 이장님

오늘 선출된 우리 동네 이장님입니다. 방년 40세 풋풋함이 보이는 이도헌이장님입니다. 7년 전에 귀농하였는데 유자와 석류농사를 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생과를 판매한다 하네요.

이장님의 아버님과 어머님이 우리 동네에 살고 계십니다. 아이가 셋인 이장님은 가족들이 살고 있는 인근 도시와 일터인 우리 동네를 바쁘게 오가며 생활하는 에너자이저입니다.

우리 마을은 새 이장님의 할머님이 살고 계시던 곳이지만 동네 사람들과 완전히 융화되는 것은 어려웠다 합니다.

이장님이 된 소감을 묻자 귀농한 지 7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동네분들과 융화되는 느낌이랍니다. 마을 주민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이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이장이 되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3-4번 변했을 세대차이가 있는 어른들과 잘 융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말씀도 한마디 더 나누어보고 어려운 일도 도울 수 있도록 다가가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는다며 전 이장님과 동네분들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일을 할 거라 각오도 밝힙니다.

어르신들도 손자 같은 이장님을 귀여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분리수거장이 없는데요. 면사무소와 협의하여 만들어 보겠답니다. 상이 없는 여자어르신들을 방을 보고는 상도 사야겠다고 작은 일도 꼼꼼히 챙깁니다.


아이 추워! 찬바람 부는 싸목싸목길

싸목싸목은 "천천히"의 전라도 방언입니다. 저는 '느긋하고 여유 있게'라고. 해석합니다.

우리 부부는 매일 오후 제일 따뜻한 1시에서 3시 사이에 이 길을 걷습니다.


전체 회의가 끝나고 설거지를 대충 하고 운동하러 가기 위해 회관을 나왔습니다. 아랫담, 우리 이웃에 사는 언니가 아들 갔다 주라고 떡 하고 생선구이하고 밀감을 챙겨주십니다. 갈 때 잊어버리지 말라고 신발장에 넣어주셨네요. 인정스러움에 감사하며 동네분들이 더욱 정겨워집니다. 아들도 떡이 맛있다고 잘 먹는군요. 우리에게는 공시공부하는 아들이 따라와서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운동 하러 가는 장소는 고흥 운암산의 싸목싸목길입니다. 중흥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중섯재까지 갔다 오는데 8km 약 12000보 정도 걷습니다. 난이도는 하입니다.


춥고 바람이 불어 걷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날려갈 듯 심하게 바람이 부는 구간도 있고 산이 막아주어 바람이 안부는 구간도 있습니다.

털모자와 목도리를 했지만 추워지니 아웃도어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모자까지 쓰고 장갑도 낍니다. 완전무장을 했으니 몸이 둔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땀이 납니다. 모자는 흥건히 젖고 상의도 땀이 배어납니다.

내일부터는 모자를 하나 더 준비하여 중섯재에서 갈아 쓰고 와야겠습니다.


잎새가 떨어져 나목이 되어 버린 나무들과 이제까지 눈에 뜨이지 않던 상록수들과 삼나무들이 눈에 뜨입니다. 그리고 빨간 망개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인 듯 눈에 띕니다. 반짝거리는 보석 같습니다.


오늘은 왠지 하루가 빨리 갑니다. 회관 갔다가 오고. 싸목싸목길을 걸었을 뿐인데 4시, 하루가 다 가버렸습니다. 한일 없이 지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낮이 이리 짧습니다.

그러나 밤은 아주 깁니다. 그러나 밤시간은 길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동지섣달 긴긴밤은 무엇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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