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옷을 오래 입는 편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고흥집에는 등산복만 있다. 외출복도 트레킹복도 다 등산복이다.
요즘처럼 추울 때도 내의, 두꺼운 티셔츠. 내피패딩. 아웃도어 순으로 옷을 입으니 골바람 부는 운암산 싸목싸목길에서 운동해도 춥지는 않다. 몸이 둔해질 뿐이다.
아웃도어는 일 년에 두 달 정도 입으니 아직 상태가 좋다. 내피로 입는 패딩 또한 상태가 괜찮다. 남편은 그 패딩을 입고 마당에 나갔다 오더니 소매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팔이 시리다고 한다. 다른 부분은 멀쩡한데 소매 부분이 조금 넓다.
^당신 맥가이버처럼 솜씨 좋잖아.소매 좀 손목에 맞춰 바느질해 줘"
"그러면 입고벗을 수 없을 것 같은데. "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양말의 발목 부분을 잘라 소매단에 덧대어 주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보았을 것이다.
아까운 새양말!
그러나 남편의 패딩 수선용으로 희생
양말과 소매단은 넓이가 다르지만 양말을 늘여 맞추어 달수 있었다. 손박음질 후 휘갑치기로 마무리했다. 달고 보니 기대한 것보다 완벽하다. 감쪽같다. 남편은 바람이 들어오지 않으니 따뜻해서 좋다고 한다. 기능과 모양 다잡았네.
낚시를 할 때처럼 바느질 손맛도 느껴진다.
가족의 칭찬과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에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은 유튜브 옷수선을 하는 영상을 자주 본다. 하나를 보고 신기하다 생각하여 다른 추천 영상도 보았다. 몇 번 보있더니 이제는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자꾸 보인다. 오늘 본 영상은 긴 목 폴라티를 반목폴라티로 만드는 법이다. 신기하다.
어렸을 때는 양말 꿰매어 신었다. 필라멘트가 나간 전구는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양말 수리기구로 썼다. 전구를 발꿈치 부분에 끼우고수선조차 할 수 없는 양말조각을 오려 덧대었다. 흰 무명실로 정성스럽게 꿰매었다. 밤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양말 꿰매는 일을 하셨다. 5남매에 할머니 할아버지 9 식구가 살았고 양말의 품질도 좋지 않았던 때라 두 분이 매일 꿰매고 또 꿰매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양말은 정말 싫었다. 바느질한 부분의 촉감도 느껴지고 모양도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어머니는 우리가 입던 속옷까지 꿰매어 입고 계셨다. 우리 집는 재봉틀도 있었고 가끔은 새 옷을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다른 이웃들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뜨개질도 잘하셨는데 새실은 없고 스웨터의 헌 털실을 풀어서 털옷을 만드셨다
새 옷은 추석빔과 설빔 정도였다. 언니옷도 꽤 물려받았을 거다. 그때는 초등학고 시절이었고 50년 전의 일이다. 그 후 점점 우리나라는 살만해졌고 옷도 물질도 풍부해졌다.
이제 구멍이 난 양말은 곧장 쓰레기봉투로 간다. 옷은 구멍이 나지 않아도 분리수거함으로 들어간다.
어머니께는 가끔 옷을 사드린다. 현재는 어머니도 양말을 기워 신지는 않는다. 우리의 생활은 그때 비하면 풍요롭다. 겨울에 따뜻한 패딩이라도 사드려야 할 텐데.....
오늘은 안부전화 먼저 드려야겠다.
우리 딸의 니트원피스에 작은 구멍이 난 적이 있다. 나는 꽃을 몇 송이 그려 수를 놓아주었다. 딸은 좋다고 외출복으로 입고 나간다.
유튜브를 보면 옷수선하는데 이리 머리를 썼구나 감탄을 하곤 한다.
소매 부분과 칼라 부분만 더러워진 옷들이 있는데
리폼을 해보아야겠다.
처음에는 불가능미라 여겨졌던 일들도 시도해 보면 만족한 결과를 얻는 것들이 꽤 많다. 해보지도 않고 '이건 안돼!'하고 미리 포기했던 일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