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고소한 냄새가 난다. 남편이 프라이팬으로 생두를 볶는 중이다. 생전 처음에 하는 일이다. 연둣빛 생두가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어! 되네. 커피다. 프라이팬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드립커피를 만들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인데 탄맛이 약간 난다. 신선한 맛의 커피다.
오랜만에 마시는 드립 커피니 얼마나 맛이 있겠는가?
작년까지는 인도네시아 만델링이 우리의 기호품 원두였다. 가격이 거의 2배로 오르자 베트남산 인스턴트 블랙커피로 바꾸었다. 그리고 만 1년이다.
그렇게 까지는 절약하지 않아도 되는데 보고 있는 나는 안습이다.
원두보다 가격이 싼 생두로 타협을 해서 구입했다. 생두로 커피로 만들어보니 맛이 있다. 까다로운 공정과정을 거쳐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줄 알았는데 프라이팬만으로도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는 것, 하면 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게 본다. 이런 것을 집에서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사과를 샀다. 우리 부부는 요즘 별산제이다. 남편은 식비를 담당하고 나는 그 외 것을 담당한다. 남편은 항상 시장물가가 비싸다고 한다.
2년 전 갑자기 사과값이 오르면서 남편은 그렇게 좋아하던 사과를 끊었다. 그때까지 사과 값은 너무 쌌다. 농부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해는 3배 정도 가격이 올라버려서 차마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른 가격이 적정 가격일 수 있다.
나는 잘 안 먹어 남편만 먹는 기호식품인 치즈와 두유도 다 끊었다. 우리는 일 년 정도 과일을 거의 못 먹었다. 과일에 목말랐던 나는 방울토마토와 참외를 심었다. 충분하게 열리지는 않았다. 식비에서 두 손을 움켜졌다.
올해는 다행히 밀감과 바나나가 싸다. 슈퍼에 갈 때마다 사 온다. 감도 5박스 정도 샀다. 자주 먹으니 조금 질리고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쿠팡에서 검색하니 못난이 사과가 10kg에 25000원이다. 크기가 너무 작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배달 온 것을 보니 괜찮다. 개수도 많다.
아침, 점심, 저녁 깎아먹으니 행복하다. 그렇게 좋아하는데 진작 살 걸!
여름에 아들과 나는 아이스크림을 아주 많이 먹었다. 다 먹으면 떨어지지 않게 남편은 또 사다 넣어 놓았다. 과일이 없으니 더 많이 먹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 달에 10만 원 이상 들었다 한다. 그런데 진작 자기 기호식품은 다 바꿔버리거나 구입하지 않았다.
두유 78개짜리 1세트, 슬라이스치즈 100매, 에이스. 한 박스 그리고 사과
남편의 기호식품들을 모두 구입했다. 얼굴이 환하다. 나에게 정말 고맙다 한다. 진작할 것을!
하모니카를 배운 지 5개월째다. 아직은 깊은 호흡이 나오지 않지만 꽤 많은 곡을 불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남편은 점점 연주 실력이 는다고 한다. 점점 소리가 맑게 난다. 어떤 때는 나의 연주에 스스로 가슴이 찡하기도 한다.
선생님이 주로 트로트 악보를 가지고 오신다.
유정천리, 아빠의 청춘, 황성옛터, 가슴 아프게, 초혼, 섬마을 선생님, 모란동백등이다.
이 곡들을 연주하기 위해 하모니카를 4개나 샀다.
A,. Am, A#, Ckey다. 어려운 것은 두 개 이상 들고 부는 것이다. 이번 주 연습곡은 한경애 씨의 노래 옛 시인의 노래다. 곡은 어렵지 않으나 마시는 음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숨이 몹시 가쁘다.
나는 트로트보다 동요나 가곡이 좋다. 아름다운 것들, 님이 오시는지, 개똥벌레, 산까치야, 얼굴, 아! 목동아, 오빠생각, 님이 오시는지 등은 스스로 연습한다. 1개월 후쯤은 이 연주로 쇼츠 제작할 때 배경음악으로 쓸 예정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동영상 촬영을 하는데 편집동영상을 사용하여 만들어 보았다. 오늘 받은 프로그램은 효과만 들어가면 유료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고 또 성공해야겠다.
미숙하지만 영상의 화려함보다는 내용의 충실함으로 차츰 영상도 완벽하게
왜? 안 되는 것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