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재 마흔 번째 이야기

편지

by 진솔

눈을 뜨니 새벽 4시~

오늘아침이 이곳의 마지막

마지막이란 말이 맞기는 하는 걸까?

스치고 지나는 인연이란 사이에

마지막이란 말은

마치 또 모를 일이라고 답하는 것 같다.

좋았던 인연은 바람에도

그리움이 스치는 법.

조용히 짐을 꾸려놓고 나니

새벽 6시~

어제 기울인 술잔의 무게가 무거운 듯

주인장들의 기척이 나질 않았다.

짐을 다 쌌으니

다음은 떠나야 할 듯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인사는 해야지 하며

주인장의 문을 두드려본다.

그새 콩이는

정든 이 집 강아지들과 작별을 나누는

모양이다.

밤사이의 적은 이슬만으로도

살아 숨 쉬는 푸르름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처음 이곳에 당도했던

설렘을 잊지 않으려 한다.


몇 번의 두드림에

러닝 바람으로 눈을 비비며 주인장이

나오신다.

이곳에서는 주인도 잠옷바람으로

나도 잠옷 바람으로

소주를 기울였다.


화장기 없고

잠옷바람으로

잠시의 위아랫집으로 만나

편하게 이야기하고 기울이던 잠시의

추억들.


사람의 기운이

풍경보다 더 맑은 두 분과

얘기를 나눌 때면

저리 욕심 없이

바램 없이 산다는 게

무엇일까?


2013년

산 위에

집을 짓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는 놀라기도 했었지만

막연한 나의 동경과는 다른

험난한 일임을 들을 수 있었다.


주인장 부부를

이 새벽에 불러놓고

떠난다니

너무 이른다는 생각에 미안하기까지 하다.


안주인은 잠결에

빨간 선물박스를 손에 들고

눈을 비비신다.


직접 만드신 도라지 정과와

편지 한 통을 끼워주시며

되려 만난 인연에 감사해하신다.


조금 일찍 떠나는 우리가

섭섭커나 불편했을 것을

더 걱정하고 염려하신다.

"정말 원 없이 잘 놀고

잘 쉬다 갑니다."


뒤를 돌아본다.

내게 특별했던 이번 "여름방학"


차속에서

편지를 꺼내 읽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언가가 내 곁을

떠난다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를 쌓아간다는 의미라고...

그래서 수많은 이야기가 되고 지혜가 고이는 일이라고...


순수한 영을 가지신 분이었다.

글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글씨도 쓰시고

꽃차도 만드시고

정과도 만드시는

재주 많은 분의 인심과 마음.


이곳의 여정과 감사함을

오늘 아침

마지막 그림일기를 쓰며

추억의 책장을 덮어

책꽂이에 꽂아 두고 나왔다.


나 다음으로 오시는 손님들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방명록에

다시 꺼내 볼 책 한 권이

완성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언젠가 다시 꺼내볼

그들 안의 시간과 추억들이

다시 반짝일 어느 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