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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Dec 14. 2023

언어의 온도

날은 바야흐로 자꾸 추워질 것이다.

시간이든 계절이든 흐르는 게 순리이듯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흐름이 존재한다.

이를 일컬어 시절인연이라 하는데

잠시 잠깐 흐르는 인연에도

오래 머무는 인연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슴에 남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선연들이  되길 하는 마음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을 갚고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의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인생에 평생 온기가 되어 살아가기도

하지만

상처로 남아 평생을 끌어안으며 살기도 한다.

이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언어의 온도는

참으로 중요하다.


가까운 지인 중 60 평생을 남편으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살지 못한 응어리 가득한

분이 있었다.

그분의 낯빚은 어둡고 늘 자신감이 없었는데

남편의 퇴직과 동시에 황혼 이혼을

결심하셨다.

항상 싸늘하고 톡톡 쏴대는 말투에 기죽고

평생을 낮은 언어의 온도 속에서

감기 몸살을 앓던 분인데

이혼과 동시에  낮은 언어의  온도에서 살지

않으니

더 이상 감기 몸살에는 걸리지 않으셨다.

왜 그리 참고 살았냐고 묻자

거기까지 살아온 세월의 의리라고 하셨다.

나름

세월의  의리 또한 관계의 온도를 유지해 온 것은

아니었을까?


언제부턴가 내 글에는 사람이야기가 빠졌다.

사람이 문제이지만

결국 사람이 답인 세상에

사람이야기를 쓰고 있자면

한없이 무겁고 어둡고 슬프다.


나는 가장 시끄러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자영업자다.

밥은 살기 위해 먹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시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원시적인 그 행위 위에

사람이란 존재와 관계가  가장 훤히 드러나는

일이기도 하다.

식사 때 나누는 대화 표정 눈빛 거리에서

사람 간에 온도가 적나라하게 표출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관계의 온도 언어의 온도가 드러나는 곳

식탁!!

오늘처럼 어수룩한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빨간 숯불이 이글거리는 화롯불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갈비처럼

 야들야들하고  달콤한 언어들이 마구마구

나뒹구는  따뜻한 온기가 있으면 좋겠다.


그 달콤한 온도로 사람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훈계가 아닌 사랑의  언어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관계는 그 온도를 유지하며

따뜻한 언어의 온도를 기억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누구도 낮은 온도로 감기 몸살을 앓지 않는

언어의 온도로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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