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즐거움을 찾는 여정

by 서성

이 기록은 즐거움을 되찾기 위하여 작성한다.

나는 했던 일에 있어서 당당하기보다는 꽤 깊게 고민하곤 한다. 정말 즐거웠나? 때때로 즐겁지 않았다. 후회가 반복되는 것 같다. 낭비되는 인생인가 싶다. 질문이 떠오른다.

“무엇을 해야 부끄러움 없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진정한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 그 순간에도 즐겁고, 돌이켜 보았을 때도 뿌듯한 기억들. 특별한 순간이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즐거움으로 연결된 나는 그 순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대개 자신의 모습이 바보 같다고 여겨진다. 어떤 것에 푹 빠져서 헤벌쭉하는 자신이 보인다. 완전한 몰입. 이 순간이 바로 내가 찾는 진정한 즐거움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기록은 대체로 내가 몰입하는 순간들을 담아낼 것 같다.


이 글을 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는 사람들이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자랑하는 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돈잔치가 되어서 셈을 통해 누가 가장 즐거웠는지를 계산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시샘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에는 스스로를 과신하는 것 같아 답하기 망설여진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도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법이다. 나 역시 부족한 인간이기에 분명 필요 없는 마음들을 계속 지닌 채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즐겁다기보다는 어떤 이의 필사적인 진술을 들어주는 시간인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얼마나 써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했는데 참 좋았다는 형식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즐거웠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가 진정으로 즐거웠던 순간들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우면 즐거운 거지, 얼마나 썼는지 왜 말하는지 모르겠다.


비유하자면,

어떻게 책을 몇십만 원어치 구매한 게 즐거움과 자랑이 되겠는가?

단 한 권의 책을 읽고도 배운 점을 이야기한다면 그게 진정 즐거움을 대하는 자세이지 않겠는가?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 간직했던 소중한 즐거움마저 남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잠깐 천변을 걸어 옆에 핀 꽃을 보고 위로받는 즐거움과 요트를 타고 바다를 유람하는 즐거움. 이 둘에 우위는 없다. 그 순간을 얼마나 충실히 즐겼느냐가 가치를 결정할 뿐이다. 남들이 몹시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즐거움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을 찾는데 더 헤매게 만들 뿐.

우월감. 깊고 낡은 어두움이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교만에서 비롯되는 즐거움. 다른 이들이 깍듯하게 삶을 살아낼 동안, 자신은 삶을 낭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조소. 오래된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쾌락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쾌락을 부끄러움 없이 타인에게도 감염시키려는 것을 내버려두고 싶지도 않다. 이 깜깜한 세상에 별은 아직도 귀하다. 삶도 그러하다. 인생의 어둠은 늘 짙게 드리우지만, 때때로 빛나는 즐거움을 징검다리 삼아서 나아가곤 한다.

즉, 우리는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고 우리의 길을 찾는 것이다. 각자의 별들로 드넓은 우주를 항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작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하여 이 글을 작성한다.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찾고 알아내기 위해서. 즐거움을 비교하는 무리에게 훼손당하지 않는, 나와 세계 모두 긍정할 수 있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서문은 예상보다도 늦게 쓰였다. 원래는 저번 주 주말 중으로 서문과 함께 두 장을 끝내려고 했지만,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건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이대로 글을 올리지 않고 숨어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늦게 썼다고 해서 글의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행위는 그 행위대로 부끄러워하면 될 뿐, 오히려 그 부끄러움 때문에 글을 아예 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부끄럽고 못난 일도 없을 것이다.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즐겁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와 남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이니까. 예상보다 늦었지만, 결국은 시작된 이 글처럼 여러분의 즐거움도 천천히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즐길 수 있다면 그만인 인생이니까.

별은 바람에 스쳐도 별이듯, 즐거움은 아픔에 흔들려도 여전히 즐거움일 것이다.

자, 시작하겠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