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건물 주차장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바로 옆 홈플러스와 제휴를 맺어서 주차 두 시간을 무료로 해준다. 그래서 늘 그곳에 주차를 하는데, 며칠 전 9월 10일부터 홈플러스가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다는 현수막이 걸린 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랑 상관 없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오늘, 그 무심함이 나를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
필라테스를 마치고 9시 59분에 홈플러스에 도착했는데, 이미 주차장 입구가 셧다운 되어 있었다. 정문으로 달려갔지만 거기도 역시나 굳게 닫혀 있었다. 하필 비는 오고, 휴대폰은 배터리 없고, 지갑까지 없는 상황. 순간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늘 집에 못 가는 건가? 노숙? 아빠한테 전화? 근데 폰 꺼지면 어떡하지?”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유일한 방법. 바로 자동차 출구였다. 마치 터널처럼 내려오는 경사로가 이어져 있었는데, 이미 사람들은 다 나갔을 테니 차가 내려올 일도 없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려는 순간, 타이밍 딱 맞게 한 대가 내려오는 게 아닌가.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불이 탁 꺼졌다.
순간 깜깜해진 통로. 휴대폰 플래시를 켜려 했지만, 말도 안 듣는 폰. 진짜 망할.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내 차까지만 가자! 거기까지만 버티자!”
그리고는 4층까지 이어진 가파른 경사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헬스장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땀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한참을 오르던 끝에, 불이 켜져 있는 마트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한복판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내 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곧장 차에 올라탔지만, 마지막 시련이 남아 있었다. 바로 출구 바리케이드. “이게 안 열리면? 오늘 진짜 끝이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다가갔는데—찰칵, 문이 열렸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정신없이 출발했다. 시계는 10시 6분. 단 7분 동안의 스펙타클한 대탈출극이었다.
돌아보면 아찔하면서도 웃긴 경험이다. 동시에 하나의 교훈도 남았다.
“앞으로는 주차장 운영 시간도 꼼꼼히 확인하자. 괜히 인생 스릴러 찍을 필요는 없으니까.”